[르포]축제 첫 경험 '코로나 학번' 환호…암표만 10만원 '과열'

서울시내 주요 대학 5월 축제 '슈퍼 위크' 둘러보니
코로나 이후 3년만 캠퍼스 활기…코로나 학번 20학번, 첫 축제
연예인 공연, 인원 밀집 '압사 위험'…'암표 10만원' 거래가 치솟아

24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 공연 대기 줄. 허지원 기자

"저희 20학번이에요. 축제 처음인데 들어가면 안 돼요?"
"저도 20학번이에요. 진짜 어쩔 수가 없네요. 너무 죄송합니다."

지난 24일 오후 5시경,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기 위한 대기 줄이 입구부터 언덕 아래까지 600미터가량 이어졌다. 이날부터 26일까지 축제를 연 경희대는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동아리 및 연예인 공연 선착순 입장을 받았다. 관계자는 "아침 7시부터 줄을 선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스태프들은 공연장 내부 자리를 늘려가며 총 2700명을 받았지만 상당수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리가 꽉 찼다고 안내해도 "소리만이라도 듣겠다"며 머물던 학생들은 100명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자 환호했다. 끝내 못 들어간 이들은 "수업 끝나자마자 달려왔는데 저희 앞에서 딱 끊겨 너무 실망스럽다. 20학번이라 한 번도 대학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고려대 축제 '재학생존' 입구 모습. 앞에서 학교 포털 사이트 로그인 등을 통해 신분 확인을 한다. 허지원 기자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희대를 비롯해 고려대(23~27일), 중앙대(23~27일), 한양대(25~27일), 한국외대(26~27일) 등 다수 대학이 이번 주 봄 축제를 열었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3년 만에 축제가 재개된 셈이다. 축제를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 학번' 등 인파가 대거 몰리며 현장은 활기를 띠었다. 한편에서는 연예인 공연을 보는 데 필요한 학생증이나 티켓이 고가에 거래되거나 압사 위험 및 탈진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와아" 환호에 대운동장 절반이 박수…코로나 학번 첫 축제


경희대 대운동장에서는 외부 음식 및 주류 취식이 가능해 토닉워터와 소주병을 바스켓에 쌓아놓고 떡볶이, 치킨 등 배달 음식을 안주로 먹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대규모로 모여앉은 학생들은 어느 순간 한쪽에서 게임을 하던 무리가 환호성을 지르자 덩달아 같이 손뼉을 치며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

경희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음식 및 주류를 취식하는 학생들. 허지원 기자

학교 마스코트인 사자 '쿠옹'과 사진을 찍으려 줄을 서 있던 경희대 무역학과 18학번 이서현(22)씨는 "대학 생활하는 동안의 마지막 축제라 추억을 쌓을 겸 나왔다"고 했다. 함께 온 중앙대 15학번 졸업생 이정우(27)씨는 "옛날에 축제했던 게 생각나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중간에 단절됐는데 제대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같이 왔다"고 말했다.

고려대도 낮에는 학생, 기업 부스 행사가 활발했다. 학생들 손에는 푸드트럭에서 산 회오리 감자나 불초밥 따위가 들려있었다. 저녁에는 학과와 동아리별 주점이 열렸다. 2018년 교육부가 무면허 주류 판매 금지 공문을 내린 후 직접적인 술 판매는 어려워졌지만, 학생들은 안주나 종이컵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술을 주거나 손님이 가져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주점을 운영했다.

24일 저녁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만난 문과대학 20학번 김모(20)씨는 "같은 동아리 선후배들과 축제에 왔다"며 "그동안 대면 행사가 없어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주점에서 같이 놀고 무대도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고려대 주점은 대부분 한 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었다. 영어교육과 주점 서빙을 맡은 22학번 박나영(18)씨와 성지형(19)씨는 "오후 5시부터 예약받아 오늘 160팀 정도"라며 "한 시간 반씩 시간제한을 두고 자리가 비면 예약자에게 전화로 연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오랜만에 하는 주점이라 선배들도 처음 해봐서 같이 열심히 준비했다. 고학번 선배님이 오셔서 10만 원을 후원해주시기도 했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 마련된 주점 모습. 허지원 기자

경희대 미디어학과 부학생회장인 21학번 조규영(20)씨도 이날 주점을 운영하며 "그동안 한 번도 (축제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리더가 돼 학생회를 하고 있다"며 "주점에 몇 명이 오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술을 시켜야 하는지도 모르니까 준비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축제할 수 있을 거라 기대도 안 했고 학생회 대면 회의도 못 할 정도였는데 이런 활동이 너무 행복하다. 저희는 연예인 공연보다 이게 더 재밌다"며 "앞으로 대면 행사를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예인 공연 열기에 '압사 위험'…암표 10만 원 거래


새내기들은 대부분 "고등학교와 대학교 축제의 차이점"이라며 연예인 무대가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일부 대학은 가수 싸이, 잔나비, 에스파 등 인기 연예인들을 축제에 초청했다. 경희대 22학번 기모(19)씨와 박모(19)씨는 학내 연예인 공연 선착순 입장에 실패해 "장소 제약이 있어 공연을 못 봐 아쉽다"며 "다른 학교 축제에 가서 연예인 공연을 보겠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서도 밤늦게 연예인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주변을 수천 명이 둘러싸고 여럿이 무대를 향해 소리 지르며 우르르 뛰어갔다. 한편 과한 열기가 이어지며 26일 저녁 9시쯤 "압사할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과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한양대에서는 학생 탈진으로 인한 구급차 출동이 1~2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상당수 대학은 축제 때 '재학생존'을 운영하기도 했다. 무대 가까이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만든 별도의 공간으로, 재학생들만이 학생증 등 인증을 거쳐 들어갈 수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한양존'에 대해 "한양대 서울캠퍼스 재·휴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며 "총학생회 회원들에게 최소한의 혜택을 보장하고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재학생들은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었지만 재학생 범위가 협소해 졸업생이나 교환학생 등이 외부인 취급을 당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캡처

이에 따라 학생증이나 티켓 암거래도 기승을 부렸다. 온라인에서는 학생증을 빌려주거나 대여하겠다는 게시글이 속출했다. 고려대의 경우 27일 응원제와 연예인 공연이 합쳐진 '입실렌티'가 열렸는데, 졸업생이 '외부인'으로 분류돼 재학생이 사고 남은 티켓 구매에 실패한 이들이 암표를 찾았다. 본래 15000원인 티켓값은 보통 10만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고려대 16학번 졸업생 신모(24)씨는 "졸업하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잊어가고 있었는데, 응원하는 게 소속감을 고취해줘 입실렌티에 가고 싶었다"며 "표 구매 플랫폼 접속 장애로 결국 티켓을 못 샀는데 암표 값이 선을 넘어 사진 않고 (공연장) 바깥 철창에 붙어서 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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