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기자회견을 열고 586용퇴론을 주장했다가 지도부와 마찰을 빚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갈등 수습을 위해 고개를 숙였다. 6·1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서둘리 당내 내홍을 수습하는 모양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SNS에 '정치를 바꿀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십시오' 제목의 글에서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 지도부 모두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더 넓은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께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앞서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은 지난 25일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갈등을 표출한 바 있다. 당시 윤 위원장은 '지도부와 상의 없이 섣불리 기자회견을 열고 쇄신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고 박 위원장은 '그럴거면 나를 왜 뽑았나'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윤 위원장께서 저를 영입하면서 '앞으로 우리 당은 2030세대가 보다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정당으로 쇄신해 나갈 것'이라 했다. 그때로 돌아갔으면 한다"며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선거 승리와 쇄신을 위해 윤 위원장님과 다시 머리를 맞대고 싶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최강욱 의원 징계와 평등법 제정, 검찰개혁 입법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비롯해 공식적인 회의에서 제가 제기한 사안들이 매번 묻히는 것을 보면서 국민께 직접 사과하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다"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쇄신안으로 내놓은 586용퇴에 대해서도 '모든 586 용퇴는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위원장은 "제가 말씀드린 586의 '아름다운 퇴장' 발언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586용퇴론은 대선 때 이미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고 586이 다 물러가라는 것도 아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586 후보들은 사퇴하라는 주장도 아니다"라고 톤을 낮췄다. 이어 "혁신을 막거나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586은 물러나고 남아 있는 586도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국민들께 쇄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난 기자회견 때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구체적으로 △시도당 교육국 신설 및 정치학교 개소 △윤리심판원 강화해 당내 비리 무관용 △차별금지법·소상공인 손실보상·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등 입법 △폭력적 팬덤정치와 결별 △양극화 해소·국민연금 등 미래 준비 등을 제시했다.
당초 약속했던 최강욱 의원 성비위 의혹은 선거 전 처리가 어렵다고 사과했다. 그는 "국민여러분께 했던 약속을 지키기 못해 죄송하다"며 "선거 전 징계는 힘들어졌지만 6월20일 합당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저희 민주당 후보들을 선택해 주십시오"라며 "민주당이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