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성 "우발적" vs 檢 "계획적"…국민참여재판 결론은 '무기징역'

국민참여재판서 무기징역 선고
배심원도 6:3으로 무기징역 결의
강도살인·살인·사기 등 7개 혐의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 살해 혐의를 받는 강윤성. 연합뉴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전자발찌 살인' 사건 피의자 강윤성(57)은 26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진술을 할 때는 훌쩍 거리며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종채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강도살인·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무집행방해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윤성의 국민참여재판을 심리했다.

이날 강윤성은 희끗희끗한 머리에 녹색 수의를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에 입장했다. 이후 9시간 넘게 이어진 재판 과정 내내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이는 등의 모습을 보였지만 발언 기회가 오자 안경을 쓰고 증거기록을 살펴보는 등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씨는 "제가 다른 생각이 있었다면 피해자들의 금품을 다른 방법을 통해 강취했을 것이고 자수도 안하고 도망다녔을 것"이라며 "하루 이틀 만에 순간적으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지 계획적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범행이 계획적인지 여부가 재판에 쟁점이 됐다. 하지만 검찰은 강윤성이 범행 당일 오전 차량을 빌리고 식칼과 절단기를 미리 구매한 점 등을 들어 그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논리로 맞섰다.


검찰은 "(범행에 이용한) 차량을 더 쓰게 해달라고 한 점은 유인 혹은 도주하기에 더 좋은 상황이며 (미리 준비한) 식칼을 범행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 없었다는 게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전자발찌 장치는 추적당하기 때문에 이걸 피하기 위해 용이한 도구인 절단기를 미리 준비했다. 이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하루 만에 신속하게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강윤성이 범행의 중대성과 반성하지 않는 점을 들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강 씨의 범죄는 반복, 증대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피해자는 모두 피고인보다 약한 여성이었다"며 "본 건 역시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후 변론에서 강윤성은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서 사는 날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믿음으로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뉘우치며 살겠다"면서도 "지금까지 나를 진정 사랑해준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제가 이 자리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 전원은 결국 유죄 평의를 내렸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의에 대해 "강윤성의 강도살인에 대해선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살인에 대해선 우발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구체적인 양형에 대해선 배심원 가운데 3명이 사형을, 6명이 무기징역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다수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기징역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모든 상황에서 보호돼야 할 절대적 가치"라며 "살인죄는 이런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서 어떠한 것으로도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형은 인간 생존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형으로서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사형 선고는 범행 책임에 비춰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나 인정할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과 14범인 강윤성은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해 5월 가출소했다. 출소 3개월여만인 지난해 8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며 여성을 살해했다. 다음날인 27일 송파구 도로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고, 29일 또 다른 여성을 살해했다. 강윤성은 범행 이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다가 지난해 8월29일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검찰과 경찰은 강윤성을 상대로 프로파일러 면담 등을 진행한 결과 그가 '반사회성 성격장애(사이코패스)'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강윤성은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같은 해 11월 공소사실에 왜곡된 부분이 있어 배심원의 객관적 판단을 받고 싶다며 입장을 번복하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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