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예상 외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초접전 상태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책임자로서 전국 유세를 돌기로 했던 이 후보는 자기 선거에 몰두하게 되면서 발이 묶인 모양새다.
이와 함께 선거 직전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 돌연 '586 용퇴론'을 들고나와 당내 내홍이 격화된 데다, 국민의힘의 이 후보를 겨냥해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어 이 후보가 '삼중고'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재명, 계양을 유세에 집중…여론조사 '비등비등'
이 후보는 27일 오전 계양구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바로 계양 발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다.
이 후보 활동반경은 최근 대폭 축소됐다. 지난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뒤 김해 인근과 부산 서면 지원 유세에 나선 이후 계속 계양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충남지사와 경기지사 선거사무소 개소식, 5·18민주화운동기념일 등 주요 행사를 제외하면 전국 차원의 지원 유세는 지난 21~23일 밖에 없다.
앞서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지방선거에 모습을 드러낸 이 후보는 출마 이유로 어려운 민주당 상황을 들었다. 윤석열 정부의 컨벤션 효과로 어려운 선거가 예상되자 당을 위해 대선주자급 인물이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인천 계양을에서 조차 승기를 잡지 못하면서 지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계양을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5번 당선됐던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만큼 이 후보의 고전은 뼈아프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같은 흐름이 선거 결과로까지 이어진다면 근소하게 승리하더라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실제로 이 후보 지지율은 상대인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비등비등하게 나오고 있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인천 계양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42.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 후보 42.5%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 ±3.5%p) 내에서 앞질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여론조사가 부정확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회의에서 "편향된 언론 환경과 정확하지 않은 여론조사가 국민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격차가 좁혀진 것은 맞지만 비등비등한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자동응답(ARS) 방식의 조사는 실제 여론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폈다.
민주당은 '586 용퇴론' 두고 쪼개져…지지자들도 대립
당이 내분에 휩싸인 것도 이 후보에게는 부담이다. 이 후보가 영입한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586 용퇴론에 불을 지핀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투톱'인 윤 위원장을 비롯해 박홍근 원내대표도 박 위원장에 대해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히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집안싸움이 벌어진 형국이다. 최근 박완주 의원 성비위 의혹 등이 터진 데 이어 악재가 겹쳤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벌써 의견이 갈려 반목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박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가득하다. '왜 박지현은 재명 삼촌을 못 괴롭혀서 안달이냐', '박지현을 꼭 퇴출시켜야 한다', '박지현한테 문자로 총 공격을 하자' 등의 비판 글이다. 이들은 지난 20일 박 위원장이 민주당을 향해 '내부총질'하고 있다며 민주당사 앞에서 사퇴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반대로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개혁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고루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트위터에는 '박지현을 지키자' 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박 위원장을 내쫓으면 민주당은 절대 안 찍겠다"는 엄포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박 위원장이 인터뷰 등을 통해 작심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같은 내홍은 선거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 위원장은 전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586 의원들이) 민주화 운동을 통해 성과를 이룬 것에 대해서는 존경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다"며 "달라진 민주당을 만들고 시대와 발맞춰 나가는 게 어려운 분들도 있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후보가 이번 지방선거 성적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여러번 공언한 만큼 이같은 당내 분열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총공세 나서…민주당, 민영화 이슈 띄우지만 '글쎄'
국민의힘은 때를 놓치지 않고 이 후보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계양을에 모여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는 윤형선 후보 지원사격에 나서는 동시에 가는 곳마다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계양구 선거사무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윤형선 후보를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회의를 개최했다"며 "계양구를 지역구로 뒀던 국회의원은 서울로 떠나고 어떠한 연고도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계양에 왔다"고 이 후보를 공격했다.
이준석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인천 계양을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공천 방식이나 선거에 접근하는 방식이 명분상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상대 후보(이 후보)도 상당히 위축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부터 계양을 인사를 나서며 지원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급히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민영화 이슈'를 띄우고 있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민영화 논란을 언급하며 불을 지피고 있지만 생각보다 반향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