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이해찬 송영길 이재명도 한 사과, 왜 박지현만 안돼?"

불필요한 갈등…이게 다 박지현 때문일까?
사과 나서게 만든 당 상황이 근본적 문제
586 용퇴, 성비위 사과는 '새겨들을 말'
내부총질? 잘못된 행동 바로 잡자는 것
능수능란 아닌 직언직설이 박지현 역할
사퇴는 벌어져선 안 될 일, 당 변화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용진 (민주당 의원)
 
지금부터는 민주당 상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그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내홍이 시작이 됐는데 어제부로 당 상황은 좀 더 심각해졌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하고 제가 어제 인터뷰를 했잖아요. 그런데 그 직후에 당 선대위 회의 자리에서 고성이 오고 간 겁니다. 공개회의석상에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이제 국민신뢰 회복하기 위해 586들은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셔야 된다. 같은 지역구 4선 이상 출마 금지 약속도 이행해야 된다. 팬덤정치와도 결별해야 한다. 성희롱성 발언으로 논란 빚은 최강욱 의원에 대한 비상징계도 신속히 추진하겠다. 이렇게 재차 강조를 하자 회의 참석자들 얼굴이 굳어졌다고 해요. 그리고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이 됐는데 이때부터 고성이 밖으로 세어 나올 정도로 격론이 벌어진 겁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박 위원장 지도부로서 자질이 없다 하면서 책상을 내리치고 퇴장했고요.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여기가 개인으로 있는 자리 아니지 않느냐 하면서 나갔습니다. 그러자 박지현 위원장은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놓으셨습니까? 하고 말을 했대죠. 페이스북에 글도 올렸는데요. 어느 당의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내 합의 거쳐서 작성하는지 모르겠다. 좀 시끄러울지라도 달라질 민주당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고 널리 양해 해 주십시오. 이렇게 썼습니다. 민주당의 지금 이 상황. 한 사람의 돌출행동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쇄신 논의로 이어질 것인가. 오늘 중진 박용진 의원의 생각도 들어보기로 하죠. 박용진 의원님 나와 계십니까?
 
◆ 박용진> 네, 안녕하세요. 박용진입니다.
 
◇ 김현정>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 심각한 거 맞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윤창원 기자

◆ 박용진> 심각한 것이기도 하고요. 또 없어야 할 일, 혹은 불필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사과 때문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지금 저는 사과 때문에 당의 선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사과하게 만든 당의 현실 때문에 선거가 힘든 거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이전에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사과 내용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쭉 말씀해 주신 것들. 그런데 그런 내용들은 다 이전에도 있어왔었던 주장들이고 이야기예요. 이해찬 당대표도 사과를 했고요. 그거 관련해서. 또 송영길 대표도 사과했고, 이재명 후보도 대통령 선거 기간에 위성정당 관련해서 사과도 했고. 그러면서 대안을 내놓고 정치개혁으로 가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었던 거 아닙니까? 다 있어왔었던 얘기를,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했다는 이유로 왜 협의하지 않았느냐고 얘기를 하고 이렇게 당내에 엄청난 분란이 막 만들어지는 것처럼 외부로 보도되게 되는 저는 이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김현정> 제가 딱 그 질문을 드리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선거 앞두고 대표자급이 반성과 사과 입장문을 내놓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 박용진> 내용도 똑같고.
 
◇ 김현정> 내용도 똑같은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으로 갔느냐. 뭐라고 보세요?
 
◆ 박용진> 뭐라고 보기보다는 이렇게 일이 만들어지잖아요. 젊은 정치인이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당의 어려운 지점, 문제점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얘기했는데 그게 협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상을 치고 지도부로서 자질이 없고 이런 얘기가 밖으로 나가버리게 되면 그때부터 말하지 말라는 얘기 아닙니까?
 
◇ 김현정> 말하지 말라는 얘기다.
 
◆ 박용진> 지금 20대, 30대의 우리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뭐로 보겠습니까? 이게 혹시 똑같은 얘기를, 똑같은 당 대표들이 했었던 얘기를 다시 반복했을 뿐인데, 저는 오히려 거기에 내용이 없어서 답답했거든요. 구체적인 내용.
 
◇ 김현정> 더 구체화가 되었어야 된다?
 
◆ 박용진> 네, 사과 위에 사과 얹고 또 사과 얹고 이러면 사과 궤짝 쌓듯이 계속 당이 사과만 하고 있지. 이게 무슨 실천이 있거나 변화가 만들어지거나 국민들이 느끼는 피부에 와 닿는 혁신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어서 저는 오히려 답답했어요. 그런데 지금 오히려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느냐면,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앉힘으로써 당이 20대, 30대 젊은 유권자들, 청년들에게 더 다가가겠다는 신호를 줬던 건데. 지금 일이 이렇게 되면서 민주당은 오히려 젊은 정치인이 무슨 말을 하면 협의하고 말아라. 지도부로서의 자질이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가버리는 정당처럼 비춰버릴까 봐 저는 오히려 답답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상임선대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현정> 젊어서 좀 무시당하고 있다. 나이가 어려서. 스물여섯밖에 안 돼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시는 거군요.
 
◆ 박용진> 저는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실까 봐 걱정스럽고요. 저도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하시는 주장과 내용에 대해서는 다 동의하는 건 아니에요. 586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많이 있어 왔지만, 용퇴하라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세대교체가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적은 없어요. 세계 정당사에서 세대교체가 대상자들 본인이 스스로 물러난 형식으로 진행된 적은 없거든요. 다 치열한 내부 투쟁이 있었던 거고, 그 과정을 해 나가야지 때가 됐으니까 물러나시오라고 될 문제는 아니다. 다만 팬덤정치와 관련돼서 되게 용기 있는 지적 하셨고 그 부분은 우리가 어쨌든 넘어서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김현정> 그 얘기를 좀 해 보죠. 그러니까 이번에 기존에 당 대표들이 했던 사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하셨지만 제가 눈에 띈 두 부분은 586 용퇴론을 좀 더 기자들이 질의했을 때 말한 부분. 그 부분하고 팬덤정치와의 결별을 확실하게 명시한 점. 그 점이 좀 달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팬덤정치, 팬덤정치에서 벗어나자. 팬덤정당 그만하고 대중정당하자라는 것에 대해 김민석 의원은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일부 팬덤의 잘못된 형태는 극복해야 하지만 권리당원의 권리증진도 있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너무 팬덤정치다라고 싸잡아서 얘기하지 말자 이런 거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용진> 아니, 그 말은 각각 맞는 말이에요. 민주당이 권리당원 제도를 도입하고 그들의 권한과 당 대표 혹은 대선 후보들을 결정하는 과정에 많은 역할과 결정권들을 줘 온 것도 사실이고요. 그것이 일정하게 정당이 보수 정치로부터 계파정치로부터 벗어나는 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팬덤정치 혹은 권리당원 정치가 갖고 있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이번에 전라북도와 호남 지역 일부에서 벌어졌었던 권리당원들을 사전에 권리당원 투표를 전제로 한, 혹은 당내 후보 선출을 전제로 한 여러 가지 브로커들의 등장이라든지 문제점들이 지적이 됐고 공론화되었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넘어서야 될 시기가 됐고 팬덤정치, 문자폭탄 이런 걸로 비춰지고 있는 당내 일종의 일방주의 그리고 반민주적 행태, 이런 것도 넘어서야죠. 그거를 넘어서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건 사실이고요. 저는 민주당이 그것을 넘어설 때 보다 더 대중적으로, 보다 더 개방적으로, 보다 더 국민들이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거라고 봐요. 그 과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서 동의를 하고요. 그 나머지 얘기는 586용퇴에 대해서나 성 비위에 대한 사과와 잘못, 이런 부분은 계속 있어 왔던 거고 당연히 해야 될 문제들을 지적한 거니까 틀린 말이 아니라 새겨들을 말을 다시 확인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틀린 말이 아니라 새겨들을 말을 다시 확인했는데, 왜 이렇게 이번에는 커졌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그런 말씀.
 
◆ 박용진> 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김현정> 시점 때문이다라는 지적도 있거든요. 선거를 진짜 코앞에 두고 내일이 사전투표 시작일인데 지금이 이걸 문제제기하는 시점이 맞았느냐. 특히 최강욱, 박완주 성 비위 의혹 건을 다룬 것에 대해 비판이 많았습니다. 지지자들이 많았습니다. 당 지지자들이. 내부총질을 넘어서 내부 대포질이다, 이런 것까지 올라오더라고요. 게시판에.
 
◆ 박용진> 그 잘못된 행동을 한 분들이 문제지, 그 논란을 만든 분들이 문제지, 그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 사람이 잘못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다 아시는데 그걸 뒤로 미루고 미루고 미룬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물론 우리 정당에서의 그런 문법은, 정치 문법은 그렇죠. 당대표가 뭘 얘기를 하면 그다음에 어떤 이벤트라든지 조치사항들이 벌어져서 뭐가 타다닥 잘 만들어지는 것처럼 논의가 되고 준비가 돼서 이렇게 하는 게 있죠. 저는 그걸 정치적 능수능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오고 이렇게 한 것은 그가 N번방 사건 때 보여줬던 용기와 치밀함, 그리고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일종의 상징성, 그리고 그의 용기있는 태도와 발언, 이런 것들을 우리 당의 새로운 이미지로, 당의 어떤 각오로 보여드리겠다는 거 아니었어요? 박지현 비대위원장한테 민주당이 능수능란함을 요구했나요? 그거는 아니잖아요. 오히려 본 대로 말하고 느낀대로 이야기하는, 그런 직언직설의 솔직한 태도와 정치, 이게 우리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박지현 비대위원장에 그걸 기대했던 거고. 그는 우리 당이 비대위원장으로서 저는 그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을 해요. 능수능란함은 어찌 보면 박용진이나 윤호중이나 박홍근이나 이런 당의 기존의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준비하고 했어야 될 문제고,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이렇게 직언직설을 했을 때 그거를 잘 당 안으로 통합시켜내고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말을 못 하게 하는 형식으로 비춰져서 저는 오히려 그게 걱정스럽습니다.
 
◇ 김현정> 30초 남았는데요. 박지현 위원장이 사퇴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 박용진>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냥 이렇게 정리가 될까요? 한 사람의 돌출행동으로.
 
◆ 박용진> 저는 돌출행동이 아니라 우리 당이 앞으로 나가야 될 방향 중에 하나를 잘 지적한 거라고 보고요. 팬덤정치를 극복하고 또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내로남불 없는 정당으로 가기 위해서 그러면 우리가 지금 더 무슨 모습을 보이고 어떻게 달라져야 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 상황이 잘 수습되어 가길 기대하겠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죠. 박용진 의원님 고맙습니다.
 
◆ 박용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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