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들이 25일 진행된 TV 토론회에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 종료 '이면 합의' 논란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였다.
선거 기간 내내 2015년 서울·인천·경기·환경부가 맺은 4자 합의가 매립지 종료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와 4자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금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의 진실공방은 결국 마지막 TV토론회까지 이어졌다. 정의당 이정미 후보는 두 후보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박남춘 "매립지 종료 실국장 이면 합의는 인천판 을사늑약"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가 열었다. 박 후보는 토론 초반 "2025년 수도권 매립지 매립 종료 해법을 말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4자 합의 당시 매립지 사용 기한을 2044년까지 추가 연장한 이면 합의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환경주권을 서울과 경기에 넘겨준 인천판 을사늑약"이라고 비난했다.을사늑약은 1905년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다. 해당 합의가 인천의 매립지 사용 종료 권한을 빼앗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정복 "단체장 허락없이 실·국장들이 합의…파기 지시해 효력없어"
유 후보도 이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유 후보는 "박남춘 후보는 수도권 매립지에 관해 얘기할 자격조차 없다"며 "이면 합의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사실상의 합의를 얘기하는 것이지만 이 사안은 실무자들이 잘못된 부분이 있어 용도 폐기된 것인데 (박 후보가) 이걸 들고 나와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맞받았다.정의당 이정미 후보도 공방에 가담했다. 이 후보는 "유 후보는 2015년 4자 합의가 매우 잘 된 것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게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는 2015년 당시 합의에 매립지 사용 종료 시점을 명시적으로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는 "사실 당시에 30년 이후의 문제를 걱정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어디 있겠느냐"며 실·국장의 합의문이 사실상 최종 결재권자인 각 서울·인천시장과 경기지사, 환경부장관의 지시에 의해 작성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실·국장들, 4자 합의 당시 '2044년까지 매립지 사용' 별도 합의문 작성
앞서 전날 오마이뉴스는 2015년 4자 합의 당시 수도권매립지 3-1공구(인천시 서구 경서동 일원) 실시계획 승인 면적을 당초 805만 3515㎡에서 103만 3000㎡로 줄이는 대신 승인 기간을 2016년 12월에서 2044년 12월 31일까지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은 '공유수면매립 실시설계 인가고시 합의' 문서를 공개했다.이 합의문은 당시 4자합의 실무책임자였던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서울특별시 환경에너지기획관, 인천광역시 환경녹지국장, 경기도 환경국장 등이 서명했다.
오마이뉴스는 4자 합의 당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종합의서에 매립지 사용 기간연장의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불만을 제기하자 실·국장 차원에서 별도 문서를 작성하면서 이 합의문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정미 "단체장 허락 없이 공무원들이 공문 작성?…월권 이해 안돼"
매립지 사용 기한 연장 논란은 토론 후반부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엔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두 후보를 몰아부쳤다.이 후보는 "(오마이뉴스가) 문건을 공개함으로 인해 서울시민과 경기도민들은 대체 매립지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종료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는 "유정복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부가 (실·국장의 합의문서) 파기를 지시했기 때문에 실효성 없는 문건이라고 밝혔지만 환경부 측을 확인한 결과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며 "만약 유 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장들이 모여서 장관이나 시·도지사의 허락도 안 받고 그 문서를 만들어 냈다면 엄청난 월권인데 문책하고 책임을 물었느냐"고 물었다.
유정복 후보는 "그 보고를 받고 무슨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고 (국장을) 질책했다"면서도 "보고된 바가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이 후보는 "시장의 허가도 받지 않고 국장들이 (매립지 사용 종료기한을) 2044년이라고 하는 공식문서를 만들어냈다"며 "파기됐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명백히 물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을 그냥 넘기고 (4자 합의) 3개월 후에 2044년만 지워서 (매립지 변경 실시계획 승인)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을 시민들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굉장히 어렵다"며 "박 후보는 (실·국장들의 합의) 문서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대답하자 이 후보는 "수도권 매립지 문제는 인천시장이 책임져야 할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데 이걸 파악조차 못하고 선거 때가 돼서야 알았다면 (박 후보가) 무능한 것이고 이전에 알고 있었는데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넘겼다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 후보는 "이면 합의였기 때문에 내가 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추론컨대 (실·국장들이) 그렇게 합의해 놓고 문제가 되니까 유 후보가 그 서류들을 다 숨겨 놓으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