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접종 면역 감소 본격화하는데…'재유행 대안' 없는 정부

추가접종자 3300만 중 약 26%(850만)는 '돌파 감염'
4월말 시작한 고령층 4차접종률 27.4%…동력 떨어져
이르면 다음 달 하락세 정체하며 유행 반등 시작될 수도
"60세 미만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 접종률 끌어올려야"
"고령층엔 여전히 위협적…캠페인 등 접종 적극 독려 필요"

황진환 기자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완만하게 감소 중인 가운데 이르면 올 여름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 재유행의 전조(前兆)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대대적으로 이뤄진 백신 3차접종의 면역효과 감소시기가 도래한 데다 전파력이 높은 변이가 잇따라 유입되면서 잠재적 위험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에게 현재 진행 중인 '고령층 4차접종' 외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폐지된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등으로 접종 동력이 소실되면서 중증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의 4차접종률도 30%를 밑돌고 있다.
 

3차접종後 확진 약 26%…면역감소 시작됐는데 4차접종은 '부진'


코로나19 백신 접종. 황진환 기자

26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3차접종 인구는 3327만 2841명이다. 전체 인구의 64.8%로 성인 기준으로는 74.5%(60세 이상 기준 89.7%) 수준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 중 '돌파 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누적 850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기본접종 완료 3개월 이상이 지나 3차 접종을 받은 추가접종자의 25.75%에 달하는 비율이다. '부스터샷'을 맞은 인구 4분의 1 이상은 코로나19에 걸린 셈이다.
 
올 1월 말 우세종화된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변화된 진단검사 체계 등으로 누락된 환자들을 고려하면, 실제 감염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앞서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최초유입 사례가 확인된 작년 12월부터 3차접종 대상을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만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하고, 접종간격도 2차접종 6개월 이후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백신 접종을 통해 획득한 항체가는 3~4개월이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로나19에 자연 감염됐다가 얻은 면역력 또한 아무리 길게 잡아도 5~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게 정설(定說)이다. 더욱이 백신 회피력이 올라간 오미크론 하위변이의 확산 속에서 1차 확진 이후 한두 달 이내 재감염 사례가 심심찮게 보고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간격은 종전보다 짧아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어느 쪽이든 면역력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델타 변이가 극성을 부린 지난해 말 4차 대유행 당시 역시 2차접종을 마친 접종완료자들, 특히 고령층 인구의 면역력 저하가 일종의 '트리거'로 작용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지표다.
 
물론 오미크론이 델타에 비해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코로나19를 한 차례 이상 겪은 국민이 최소 1800만 명 이상 된다는 점은 분명 다르다. 다만, 이같은 상황 차이를 헤아리더라도 기본적인 면역기능 자체가 청장년층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고령층에게 오미크론은 여전히 위협적인 바이러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황진환 기자

당국은 지난달 25일부터 60세 이상 연령층 전체를 대상으로 4차접종에 나섰지만, 접종률은 27.4%(376만 4764명)로 30%가 채 안 되는 상태다.
 
신규 확진자 중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주간발생 추이를 보면, 지난 달 둘째 주 21%(21만 9552명)→같은 달 넷째 주 22.8%(9만 2780명)→이달 3주차 기준 18.7%(3만 3986명) 등 유행 감소세에 따라, 줄어드는 추세지만 지금도 전체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변이 확산 상황도 녹록치 않다. 미국 뉴욕 등에서 급속도로 확산돼 재유행을 견인하고 있는 BA.2.12.1은 해외유입과 국내 감염사례를 통틀어 32명으로 늘었고, '남아공 변이'인 BA.4와 BA.5도 각각 2건·6건으로 증가했다.
 
당국은 이들이 모두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에 속하는 만큼 전반적인 유행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이라 불리는 BA.2보다 전파력이 높은 해당 변이들이 새로운 우세종이 될 경우, 하락세 정체 및 반등세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이 전파 맞물리면 반등 더 빨라질라…"4차접종률 최대한 올려야"


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비롯해 다수의 감염 전문가들은 빠르면 다음 달, 늦어도 올 가을에는 재유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영업제한이나 사적모임 제한 같은 거리두기는 이제 절대 못하겠다는 분위기인데, 변이바이러스에 의한 면역 회피와 (접종·감염 후) 시간 경과에 따른 방어효과 감소 등 2가지가 결국은 종식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체가 감소와 변이바이러스의 전파 증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방역 경각심,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 등 4가지 악재(惡材)가 몰리는 시기가 6월"이라며 "개별 요인은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데 어우러지면 대형 사고가 벌어지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과 같은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거리두기가 다 풀려 여행도 많이 가고, 외국에서도 (변이바이러스에) 걸려 들어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믿을 구석은 실외활동 증가, 계절적으로 고온다습한 환경이 바이러스 증식에 불리하다는 것뿐인데 그 외엔 (조건이)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 기자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현재 국내 유입된 오미크론 하위변이들을 두고 "모든 확진자에 대해 염기서열 분석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보니 확인된 감염자가 몇십 명 수준이지, 실제로는 지역사회에서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위변이 전파가 백신 효과가 감소하는 시기와 충분히 오버랩되는 상황이라면 생각보다 꽤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우선 미래의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도록 고위험군의 4차접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리두기 재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도 예측되는 위험은 최대한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가을~겨울에 확진자가 폭증하는데 접종률이 지지부진하다 하면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60세 이상은 T세포 면역이 노화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접종 필요성을 정확히 전달해줘야 한다"며 "거리두기 강화는 못하더라도 가능한 수단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접종자·고령자·기저질환자 등 이 세 집단은 감소추세에 비해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중증·사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고령층은 젊은층처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맞았을 때 심근염 등의 부작용 위험이 더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홍보해서 4차접종 캠페인 등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증·사망 발생이 희박한 청장년층까지 4차접종을 확대할 필요는 없지만, 해당층의 고위험군에 대해선 예외 없이 접종을 독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엄 교수는 "60세 미만 중 기저질환자나 장기 이식, 종양 질환 등으로 인한 면역저하자들에게 4차접종을 하는 것이 (방역 상) 유리하다는 데엔 별로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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