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유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리터(ℓ)당 2000원을 넘어서면서 화물 운전기사 등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5일 오전 6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ℓ)당 2001.28원이다. 지난 24일 오후 2000.93원으로 처음 2000원을 돌파한 뒤 0.35원 더 올랐다.
치솟는 경유 가격에 화물 운전기사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실정이다. 60대 화물 운전기사 한모씨는 "경유 가격이 올라서 휘발유를 넘어선 것을 보면 정말 무섭다"며 "지난주만 하더라도 1800원대였던 것 같은데 이제 2000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운임 단가는 낮은데 기름값만 오르니 타격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서 트럭을 끄는 화물 운전기사 김모씨는 "작년 이전만 하더라도 리터(ℓ)당 1600~1700원 수준으로 3만원을 넣으면 하루를 썼다"며 "지금은 하루에 4만~4만 5000원 가까이 넣어야 하루를 쓰니 부담이 확실히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운임 수수료에 고속도로비에 오르는 기름값까지 더하면 하루 20만원 벌이에서 최소 8~9만원은 떼인다고 보면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의 기준을 현행 리터(ℓ)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낮췄지만, 화물 운전기사들은 "부족하다"는 목소리다.
김씨는 "정부가 리터(ℓ)당 50원 정도를 지원해주는 것인데, 터무니 없은 적은 금액이라 '해주나 마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세버스 기사들도 "차라리 운행이 있어도 나가지 않는 것이 나을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관광 버스 운전기사인 A씨(56)는 "이전에는 결혼식이나 관광 버스를 운전할 때 50만원을 받으면 기름값 20만원 빼고 30만원은 남았다"며 "지금은 기름값이 35만~40만원까지 드니까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 허이재 위원장은 "출·퇴근 차량 운전을 하는데 원래 한 달에 기름값 12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5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가 거리두기가 풀려서 이제 일 좀 할만해졌는데 경윳값이 크게 오르니 다들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화물 운전기사와 달리 정부 보조금도 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허 위원장은 "화물은 유가보조 등 정부가 보전하는 부분이 있다"며 "버스도 영업용, 사업용인데 유가보조금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물 운전 경윳값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유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 현상이 분석되는만큼 장기화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유 수급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화물 운전기사 B씨는 "원인이 전쟁 같은 것이라고 하니 언제쯤 해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걱정이 큰 것 같다"며 "화물 운전기사들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전쟁이 언제 끝날지 어떻게 아느냐'며 당분간 다른 일을 찾으라는 글도 올라온다"고 전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치솟는 경윳값 대란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다음달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최근 경유가가 전국 평균 1950원대를 넘어서며 폭등하고 있다"며 "화물 노동자들은 수백만 원이 넘는 유류비 추가 지출로 심각한 생존권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