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중책을 안은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을 앞두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작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4강 신화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배구 여제'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등 베테랑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VNL에는 그동안 대표팀을 든든하게 이끌었던 베테랑들 없이 나서야 한다. 세 선수는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태극 마크를 내려놓았다.
대표팀 주장은 김연경의 뒤를 이어 박정아(한국도로공사)가 맡게 됐다. 박정아는 25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공식 미디어데이에서 "주장이 됐지만 선수들과 책임감을 나눠 가질 것"이라며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할 것이기 때문에 혼자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고 다짐했다.
주장 완장을 물려준 김연경도 격려를 보냈다. 박정아는 "(김)연경 언니가 지켜볼 테니 잘하라고 했다"면서 "시간이 되면 경기를 보러 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무심한 듯하지만 후배를 아끼는 김연경의 진심이 느껴졌다.
베테랑들의 공백에 김희진(IBK기업은행)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김희진은 이번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 가운데 유일한 라이트다. 라이트와 레프트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정지윤(현대건설)마저 왼쪽 종아리 피로 골절 부상으로 이탈했다.
김희진은 "주 공격수가 된 것에 대한 부담보다는 팀 플레이가 최대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VNL이 끝날 때쯤에는 손발이 잘 맞는 대표팀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VNL 1주 차 첫 경기 상대는 일본이다. 베테랑들 없이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김희진은 "언니들이 은퇴한 뒤의 대표팀 모습에 대해 고민해 봤다"면서 "이번 세대교체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과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며 한일전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제는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위치다. 김희진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다. 그는 "자신이 없더라도 코트에서 그런 모습이 비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훈련 중 엉뚱한 실수를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면 조언해 준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생의 젊은 선수들이 물러난 베테랑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다현(현대건설), 이주아(흥국생명), 정호영(KGC인삼공사), 최정민(IBK기업은행) 등이 세대교체의 중심에 섰다.
젊은 선수들을 대표해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이다현은 "작년에 VNL 무대를 밟은 뒤 이제 2년 차가 됐다"면서 "언니들이 은퇴하면서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노련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다현은 지난해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2021 VNL에 출전한 바 있다.
소속팀 선배 양효진은 이다현에게 대표팀 센터 자리를 물려주면서 족집게 과외를 해줬다.
이다현은 "(양)효진 언니에게 유럽 선수와 동양 선수를 상대할 때 어떻게 블로킹을 해야 하는지 배웠다"면서 "언니들이 워낙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그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긴 어렵겠지만 빈자리 크게 느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의 세대교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이다현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언니들 따라 하면서 어리기 때문에 젊은 정신력으로 버틸 것"이라고 다짐했다. 주장 박정아 역시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즐겁고 분위기가 밝다"면서 "어린 만큼 패기 있게 경기를 하고 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오는 27일 VNL 1주 차 경기가 열리는 미국 슈리브포트로 이동한다. 1주 차 대회는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미국 슈리브포트에서 열린다. 이어 14일부터 19일까지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2주 차 대회,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3주 차 대회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