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테일러 공장 곧 착공…'90조 실탄' 텍사스에 또 투자하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한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의 착공식이 다음 달 열릴 전망이다. 삼성이 향후 5년간 해외 시장에 90조 원을 투자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최근 현지에서 세제 혜택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도체 제조설비 증설 등 추가 투자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의 테일러 ISD(독립교육구)와 매너 ISD는 24일(현지시간) 각각 특별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 미국 현지 법인이 제출한 세제 혜택 프로그램인 '챕터 313' 신청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각각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신축 공장 부지와 기존 오스틴시 공장이 있는 지역의 두 ISD는 삼성의 챕터 313 신청서의 검토 및 승인에 필요한 논의기한을 150일 이상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매너 ISD는 삼성전자의 신청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법률 고문 등과 비공개로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챕터 313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고 고임금·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주정부가 10년 동안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텍사스주의 대표 인센티브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는 과정에서 챕터 313 등을 통해 첫 10년 동안 납부한 재산세의 90%를 환급받고 이후 10년간 85%를 돌려받기로 했다. 약 500만㎡(151만 평)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양질의 일자리 2천 개를 창출하는 조건이었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의 지난달 상황. 테일러시 홈페이지 캡처

텍사스주는 지역사회 일부의 반대 등을 이유로 챕터 313을 연말까지 폐기하기로 하고, 최종 신청 기한을 6월 1일로 정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등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다수의 반도체 기업이 마감을 앞두고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미국 현지 법인 관계자는 지역 언론에 "챕터 313 신청 절차는 잠재적으로 추가적인 제조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장기 계획의 일부"라며 "현재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지난 24일 향후 5년간 해외에 9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의 해외 투자액보다 12.5% 증가한 규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해외 투자의 상당 부분이 양국 정상의 '경제안보동맹' 선언에 맞춰 미국 내 파운드리 사업에 할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조만간 양산에 돌입하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에 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처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긴밀한 파트너와 협력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동맹과 파트너로부터 더 확보하고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곧 미국도 이곳처럼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설을 갖게 될 것"이라며 "삼성이 양국 간 매우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미국에 투자해서 감사하다. 삼성처럼 책임 있는 기술 개발과 혁신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우리 양국의 미래와 나아갈 길을 만드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 항공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는 다음달 테일러 공장의 착공식을 대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건설 계획을 공개할 당시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에 착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해외 단일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라는 걸 감안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착공식 참석이 유력시된다.

동시에 해외 기업의 텍사스주 직접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현지 정관계 인사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계획 발표 때도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 존 코닌 상원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착공식을 계기로 텍사스주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을 공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취임 이래 가장 낮은 36%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이든 대통령이 깜짝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공급망을 위해 자신이 달성한 성과를 부각하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보도자료에서도 미국 내 반도체 추가 제조 능력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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