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가 올해부터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기념하게 된 것은 한국계인 론 킴(43) 뉴욕주 하원 의원의 활약 때문이다.
뉴욕시 플러싱을 지역구로 하는 킴 의원은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한 결의안을 주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대면회의를 재개한 뉴욕 주의회가 24일(현지시간) 회의에서 결의안 통과 사실을 공표하자 킴 의원의 얼굴은 상기됐다.
킴 의원은 회의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세의 나이에 미국에 이민을 와서 겪었던 인종 차별을 회상했다.
그는 "어릴 때는 학교에 김치를 가져가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며 "냄새가 난다며 놀림을 당했고, 창피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고,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더욱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소개했다.
2012년 한국계로서는 최초로 뉴욕주 하원의원이 된 킴 의원은 "정치인으로 10년을 일하면서 뉴욕 유권자들은 모두 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김이라는 성도 한국 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름만 봐도 내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뉴욕을 넘어 미국 전역에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가 요양원의 사망자 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파헤치는 와중에 쿠오모 전 주지사의 협박 전화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실을 폭로한 뒤 쿠오모 전 주지사의 탄핵을 추진하면서 전국적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내가 한국계라는 뿌리와 문화를 잊기 쉽지만,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킴 의원은 김치의 날 제정이 한인 3세 등 어린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체성 지키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가 미국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수용됐다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그의 지역구에서 한국계 유권자는 10% 안팎으로, 중국계 유권자보다 적다.
김치의 날 제정에 앞장선 것이 중국계 등 지역구 내 다른 국가 출신 유권자들에게 불만을 사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킴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킴 의원은 "지난 2년간 한국계와 중국계 등 아시아 출신 미국인들은 인종차별과 공격의 대상이 됐다"라며 "김치의 날은 한국계뿐 아니라 모든 아시아인의 자긍심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