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내부통신망 뜨겁게 달군 '수도권 매립지 진실'

인천시 공무원들 '매립지 사용 연장' 실·국장 합의문 공개 관련 불만 제기
"매립지 4자합의 지지 선언 전직 환경국장들, 보기 민망하다"
"후보간 다툼이 공직사회 전·현직 다툼으로 번져"
"후보 지지는 개인 자유지만 공무원 양심은 팔지 말아달라" 호소

인천시 공무원 내부망 '인투인' 글 화면 캡처

인천시장 선거 최대 쟁점인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해 전 인천시 환경국장들이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의 '4자 합의'를 지지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인천시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지고 있다.
 
4자 합의가 이뤄졌던 2015년 당시 실무 총책임자인 실·국장들이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간을 2044년까지 연장한다는 별도의 합의문에 서명한 사실을 알면서도 마치 매립지 사용이 조기에 종료될 것처럼 주장한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한 반발이다.
 

"후보 지지는 개인 자유지만 공무원 양심은 팔지 말길"

지난 23일 인천시 공무원들의 내부 업무 프로그램인 '인투인' 자유토론방에는 '수도권 매립지의 진실'이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이 게시판에서 글쓴이는 "인천 시정을 돌봤던 두 시장 모두 매립지에 관해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전임 시장의 주장이 진실이라며 전임 환경국장 6명이 성명을 내면서 후보간 다툼이 공직사회 전직과 현직의 다툼으로 번졌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4자합의 당시 실·국장들이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간을 2044년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의 별도의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시민뿐만 아니라 현직 공무원들에게조차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글쓴이는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수십년간 공무원으로서 지켰던 양심까지 팔지 말아달라"며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보기 민망하다"고 비난했다.

이 글은 25일 현재 약 21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게시물의 평균 조회수보다 10배가 넘는 수치이다.

인천시 공무원들은 '아무리 권력이 좋다지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요', '줄서기 지겹지 않나, 나가서 까지 줄서게', '어느 말이 진실인진 가려봐야하지 않을가요? 환경국장 6명이 성명서 냈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요' 등의 댓글을 달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립지 4자 합의는 유정복 생각"…전 인천시 환경국장 6명 '지지'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19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 희망 인천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앞서 지난 10일 전 인천시 환경국장 6명은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의 4자 합의가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에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지지선언했다.
 
유 후보를 지지한 전 환경국장들은 민선4기 최현길·정연중씨, 민선5기 한태일씨, 민선6기 조영근씨, 민선7기 전무수·백현씨 등이다. 이들 중 전무수·백현씨는 박 후보의 시장 시절에 환경국장을 지내며 박 후보의 매립지 정책에 동조하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논리에 밀려 매립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유 후보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4자 협의체 구성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됐다"며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시장 재임 때 4자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시민을 호도하며 무책임하고 무기력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를 비롯한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등 4자가 2015년 맺은 '4자 합의'가 유 후보의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4자 합의는 애초 2016년 종료 예정이던 매립지 사용을 2025년까지 연장하고 단서조항을 통해 9년 정도를 더 연장할 수 있게 한 합의로 알려졌다.
 

4자합의 당시 수도권매립지 '2044년까지 사용' 실·국장 합의문 공개돼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그러나 24일 오마이뉴스는 2015년 4자 합의 당시 수도권매립지 3-1공구(인천시 서구 경서동 일원) 실시계획 승인 면적을 당초 805만 3515㎡에서 103만 3000㎡로 줄이는 대신 승인 기간을 당초 2016년 12월에서 2044년 12월 31일까지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은 '공유수면매립 실시설계 인가고시 합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합의문은 당시 4자합의 실무책임자였던 환경부 자원순환국장, 서울특별시 환경에너지기획관, 인천광역시 환경녹지국장, 경기도 환경국장 등이 서명했다. 오마이뉴스는 4자 합의 당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종합의서에 매립지 사용 기간연장의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불만을 제기하자 실·국장 차원에서 별도 문서를 작성하면서 이 합의문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관리·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현재 사용 중인 3-1매립장의 사용 기한을 2042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인천시 공무원들은 4자 합의 당시 실·국장 차원에서 매립지 사용을 2044년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을 약속한 합의문이 존재했던 걸 알면서도 이 합의로 매립지 사용을 조기 종료할 수 있었던 것처럼 주장한 전임 환경국장들이 거짓 선언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유정복 측 "인천시 고시문에는 2044년 글자 없다" 반박

유 후보 측은 해당 문서에 대해 "효력이 없는 문서"라고 일축했다.
 
유 후보 측은 "수도권매립지 4자합의 내용은 대체 매립지를 조성하고 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하는 것"이라며 "4자 합의 이후 발표된 인천시의 '공유수면 '수도권매립지' 1공구 매립실시계획 변경 승인고시'에서도 '2044년' 이라는 글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즉 박남춘 시장 시절 발표한 매립지 관련 고시문에 2044년까지 사용한다는 문구가 없기 때문에 해당 합의문에 효력은 없다는 의미다.
 
이어 유 후보 측은 "당시 환경부는 국장들의 합의에 대해 즉시 '4자 합의 사항도 아니고 부속서류도 아니다'라는 것을 알리고 파기할 것을 3개 시·도 국장에 지시했다"며 "민주당 측이 지난 시정 4년 내내 일언반구 없던 실·국장들의 효력없는 합의서를 시장 선거 9일 전 들고 나온 건 거짓말을 해서라도 유정복 후보를 흠집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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