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보름 만에 한미정상회담을 치르는 등 '큰 산'을 넘으면서 다시 당분간 내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 위한 '협치'의 모양새를 갖추고 경제 이슈 등에 집중하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를 주시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일단 야당과의 협치 발판이 마련됐다.
정 후보자는 지난 23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알의 밀알이 되고자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전했다.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그림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정 후보자만 제외한 채 다른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을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로써 윤 대통령과 야당은 서로 한 번씩 주고 받은 셈이 됐다. 야당은 지난 20일 한덕수 총리 인준안을 통과시켜줬고, 정 후보 낙마로 윤 대통령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총리의 경우, 지역부터 경력까지 모두 야당을 고려한 인사였지 않았나"라며 "총리만큼은 여야의 협치를 위한 인사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대하고 만찬을 함께 하는 등 '협치' 행보에 더 힘을 쏟고 있다. 대통령 취임 후 야당 인사와의 첫 공식 만찬이다.
이날 만찬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진석 국회부의장, 김상희 국회부의장, 이춘석 국회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정 부의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오는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박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들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관련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액자 사진을 선물하기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 포드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김포공항 도로변에 나가서 환영한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더니,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포드 때부터 상원의원이었다'고 말하더라"라며 웃음을 자아낸 뒤 "제가 국민학교 6학년 때 이 분은 벌써 상원의원이 되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 집무실을 둘러보던 박병석 의장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여기에 사인을 받아야 겠다"고 하니, 윤 대통령은 "제가 해드릴까요?"라며 직접 사인들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당분간 다시 국내 현안으로 눈을 돌려 내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5일에는 용산에서 중소기업인 대회를 열고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청취할 계획이고, 26일에는 처음으로 세종에서 국무회의도 연다. 취임 초반 '경제 올인' 행보를 다시 이어가려는 모양새다.
취임 10여일 만에 한미정상회담을 치르면서 숨 가빴던 외교 일정을 마치고 다시 국내로 눈길을 돌린 배경에는 '6.1 지방선거'도 염두에 둔 것을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관계를 한 차원 더 격상시켰다는 평가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위기 등 국내 현안에도 발 빠른 대처를 위한 움직임을 부각해 대내외적으로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또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내각 구성과 한미정상회담 등 시급한 문제들을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잘 넘어왔다고 본다"며 "당분간은 임기 초반 정국 주도권 구상에 힘쓰면서 6.1지방선거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