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렸지만 항공사 빈부격차 더 커졌다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모습.

엔데믹으로 보복 여행 심리가 커지면서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항공사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팬데믹 기간 화물 운송으로 최대 실적을 올렸던 대형항공사는 화물기로 개조한 항공기를 여객기로 되돌리며 리오프닝에 대비하는 반면, 하지만 수백억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다음달 고용유지지원금 종료를 앞두고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화물기로 개조한 여객기 일부에 좌석을 다시 설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일 A350 기내 바닥에 설치한 24개  화물용 팔레트(화물 적재를 위한 철제 판넬)를 제거하고, 한시적으로 장탈했던 이코노미 좌석 283석을 재설치한 후 좌석 전원 공급 작업을 진행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늘어난 화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나는 지난 2020년 9월 A350 4대와 A330 3대를 화물기로 바꿔 5만톤의 화물을 수송했다. 화물 운송으로만 2천 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로 운항되고 있는 7대 중 A350 한 대만 여객기로 바꿔 늘어나는 여객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초대형 항공기 에어버스 A380 운항도 계획중이다. 하늘 위 호텔이라 불리는 A380은 좌석수 407석으로 다른 대형 기종보다 100여석이 더 많다.

대한항공도 에어버스 A380을 오는 7월부터 인천~뉴욕 노선에 주 10회 투입할 계획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A380은 관리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데다 연료 소모가 심해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투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을 결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여객 수요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수는 64만 95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 8285명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실적 빵빵한 대형항공사, 적자 계속되는 저비용항공사


화물기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대형항공사들은 밀려드는 여행객들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의 사정은 다르다. 여행 수요가 코로나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는데다 다음달 말로 종료되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길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시름이 깊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과 LCC 항공사 여객기들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길이 다시 열렸지만 LCC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매출 812억 원, 영업손실 789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진에어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464억원을 기록했고, 티웨이도 388억원의 손실을 이어갔다.

LCC들의 적자는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1천500억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1천2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LCC는 국제선 증편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알짜 노선인 일본 노선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일본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티웨이항공은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대양주 등 휴양지 노선을 재개하고 증편을 통해 공급 확대에 나선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28일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국내 LCC 최초로 신규 취항한다. 같은 날 대구-다낭 노선을, 5월 29일에는 인천-다낭, 인천-방콕 노선 운항을 재개하고 승객을 맞이한다. 이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노선 중단 이후 2년 2개월 만의 재운항이다. 현재 주 1회씩 운항하고 있는 일본 지역의 인천-후쿠오카, 인천-오사카, 인천-도쿄(나리타) 등 3개 노선도 6월부터 주 2회로 운항 편수를 확대한다.

인천공항. 황진환 기자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오는 7월 일본 노선 전세기를 운항할 예정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에 대비해 국제선을 증편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부터 국제선 정기편을 증편해 이달 520회, 다음달 620회로 늘릴 계획이다. 7월부터는 주 300회씩 증편해 11월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50% 수준인 주 2천420회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음달 말 종료되는 고용유지지원금도 LCC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요인 중 하나다. 국제선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10% 수준인데다 지원금이 끊길 경우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들어서면서 국제선 수요가 10배 가까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LCC의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금 연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직은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스타항공처럼 무너지는 항공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