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Why]일본은 왜 가능성 희박한 안보리 상임국에 목을 매나?

30년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노린 日, 가능성 희박해도 계속 문 두드려
美바이든 지지선언 배경은 러시아 중국 견제와 日 향한 립서비스 차원, 日도 국제적 위상 과시

일본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79)이 지난 23일 도쿄 아카사카의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양자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일본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무려 30년 전부터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여러차례 유엔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실패했다. 90년대는 물론이고 2003년, 2005년, 2009년 등 여러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매번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로서는 일본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이슈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또다시 언급된 이유는 뭘까?

우선,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엔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46년 발족된 이래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이 상임이사국을 독점하고 있다. 그간 일본,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렸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독점 구도가 깨진 적은 없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처럼 큰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유엔 역할론,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유엔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곤 했는데,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유엔 개혁 이슈를 다시 띄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쿼드(Quad) 정상회의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렸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부터)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기념 촬영 때 손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국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대놓고 견제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언급한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견제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본 입장에서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자주 언급될수록 이득이다. 다소 현실성이 낮더라도 이슈를 띄움으로써,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끊임없이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 것은 일종의 '립서비스'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쿼드와 IPEF 등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흐름 속에서 일본을 중요한 미국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띄워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의 안보리 상임위원국 진출은 여전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국을 차지하는 것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반대할 뿐 아니라,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상임이사국을 늘리려면 전체 회원국(193개국)의 3분 2의 동의를 받아 유엔 헌장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 상임이사국 5개국이 거부권 행사 없이 전체 회원국의 3분의 2의 비준이 있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나라도 상임이사국 증설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기적 선거로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을 증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현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일본의 국제적 위상 과시 차원에서라도 안보리 상임위원국 진출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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