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발달 장애가 있는 6세 아들과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발달 장애를 둔 부모가 자녀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돌봄 부담, 생활고 등 원인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전날 오후 5시 40분쯤 성동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A(43)씨와 아들 B(6)군이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B군은 정부에 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진 않았지만 발달 지연으로 구청에 정기적으로 발달재활수업을 받으러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아파트 21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당시 청소를 하던 경비원이 소리를 듣고 현장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심폐소생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당시 A씨의 남편은 다른 자녀의 학원을 바래다주기 위해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고 다른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부검도 시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소 A씨는 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며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근 A씨가 유방암 수술 등을 받으며 정신적으로 더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고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던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 2월,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5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지난 3월 시흥에서는 발달장애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같은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는 데 대해 장애인의 부모들은 "장애 가정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달 2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연대)는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 2일 결의대회'를 열고 500여명이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연대측은 이날 '국가 차원의 발달장애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연대는 "지역사회 내에 제대로 된 지원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은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삶을 선택하는 것보다 쉬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체계를 고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있어 발달장애인 중 80%가 일정 정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며, 심지어 41%는'거의 모든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국가는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 체계를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대책 수립 △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인'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및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수립을 위한 민관협의체 설치 △「발달장애인법」 및 「장애아동복지지원법」 개정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