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을 다음달 발표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분양가 규제 개선이 분양가 급등과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2014년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주택 인허가 실적과 분양가 추이 등을 감안하면 규제 개선에 따른 공급 증가 효과는 뚜렷하지만 분양가 급등 등의 부작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분상제가 개편되더라도 분양가 상승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고, 그마저도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상제 폐지후 2년, 민간분양 주택건설 인허가 40%↑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3일 취임후 첫 간담회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당초 아파트 분양가를 관리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하고 급격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시작됐지만 이주비나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눌러 부작용을 내고 있다"며 다음달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분양가는 △표준건축비(공사비) △감정가(택지비) △가산비 등으로 이뤄지는데 이 중 가산비, 즉 조합원 이주비나 공사비 등 사업비, 금융이자 등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앞서 분상제가 폐지된 뒤 관련 인허가 실적 등이 급증했던 점을 감안하면 규제 개선이 공급 확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2월, 분상제가 사실상 폐지된 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분양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크게 늘었다. 2014년 44만8748건이었던 민간분양 인허가 실적은 분상제 폐지 이후 2년이 지난 2016년 62만9509건으로 40% 늘었다. 반면 2019년 10월, 분상제가 사실상 부활한 뒤 2년간 민간분양 인허가 실적은 이전보다 19%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분상제 때문에 가격에 비용을 반영할 방법이 없어 많은 사업 현장에서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에 종전처럼 적극적이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분양가 산정 때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을 반영할 수 있다면 분양이 좀 더 수월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상제 개편에 분양가 급등? "인기지역 분양가 오르겠지만 급등 아닐 듯"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분상제 폐지 전인 2014년 전국 분양가 평균은 ㎡당 246만3천원이었는데 분양가 폐지후 분양가는 ㎡당 272만원으로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분상제 부활 전인 2019년 분양가는 ㎡당 361만7천원에서 부활 후 2년 만에 ㎡427만9천원으로 18% 올랐다.
이런 이유로 집값 불안이 우려된다면 다른 정비 사업 관련 규제는 속도 조절에 나서더라도 분상제 규제는 하루빨리 현실화해 최소한 착공 후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공급 물량부터 풀어주며 공급 촉진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착공한 뒤 일반 분양에 나서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물량만 1만 가구가 넘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도 "설령 분양가가 크게 오른 단지가 나오더라도 수요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 미분양이 될 것이고 수요가 받쳐주는 지역은 모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분상제가 개편되더라도 분양가가 모두 오른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