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아, 우리 같이 뛰자. 돈은 우리가 우승해서 많이 벌면 돼"
프로농구 전주 KCC가 'KBL의 아이돌' 허웅을 품에 안았다. 적극적인 협상으로 원주 DB와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KCC 구단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허웅 영입전에 뛰어 들었던 선수가 한 명 있었다. 허웅보다 조금 먼저 KCC 이적을 결정한 자유계약선수(FA) 포워드 이승현이었다.
KCC는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소재의 KCC 본사에서 이승현-허웅 입단식을 개최했다. 두 선수는 계약기간 5년, 첫해 보수 총액 7억5천만원(연봉 5억5천만원, 인센티브 2억원)의 조건에 KCC 입단을 결정했다.
이승현에게는 예전부터 허웅과 함께 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허웅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이승현은 "계속 전화해서 같이 하자, 같이 뛰자, 돈은 우리가 우승해서 많이 벌면 된다고 했다"며 웃었다.
2014년 KBL에 데뷔해 고양 오리온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이승현은 지난 2021-2022시즌 평균 13.5득점(데뷔 후 최다), 5.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골밑 장악력에 있어서는 KBL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이승현의 FA 몸값은 당초 9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 많았다. 이승현은 "돈보다는 팀의 상황과 케미스트리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며 "(허)웅이를 잡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돈에 대해서는 크게 욕심이 없었다. 우승하면 구단에서 많이 챙겨주실 것"이라며 웃었다.
이승현의 적극적인 자세는 허웅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허웅은 "전화가 온 건 사실"이라며 "(이)승현이 형이 너무 같이 뛰고 싶어했다. 같은 중고교를 나왔고 상무도 같이 가면서 오랜 시간 함께 했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아는 형이다. 너무 고마웠고 같이 뛸 수 있게 돼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현과 KBL 입단 동기인 허웅은 지난 시즌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원주 DB 소속으로 평균 16.7득점, 4.2어시스트(이상 데뷔 후 최다)를 기록하며 리그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아버지 허재가 농구단 최고 책임자로 내정된 데이원자산운용(현 고양 오리온)이 허웅을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에 대해 허웅은 "데이원 구단은 처음부터 생각한 적 없다. KCC를 생각하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좋은 환경에서 농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아버지와 같은 팀이 되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워드와 가드 포지션의 FA 최대어를 모두 데려온 KCC는 단숨에 우승권 전력으로 도약했다. 군 복무를 시작한 정규리그 MVP 출신 송교창이 합류하면 더 막강한 전력을 갖추게 된다.
이승현과 허웅 모두 KCC에서 의기투합해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창진 KCC 감독은 "감독으로서 상당히 기쁘다"며 "취약한 포지션이 채워졌다. 두 선수 다 KBL을 대표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구단 위상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두 선수의 합류로 시너지가 날 것이고 팀이 젊어지고 더 나아가 인기 구단으로 가는 가속 페달을 밟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