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풍토병으로 인수 공통 감염병인 '원숭이두창'(monkeypox)이 18개국으로 퍼진 가운데 방역당국은 최근 해외입국 증가에 따라 국내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발생지역을 부득이 방문해야 할 경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한 당국은 발열 점검 등 감시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원숭이두창의 발생 및 의심사례가 보고된 나라는 모두 18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56명의 환자가 나온 영국을 비롯해 △포르투갈 37명 △스페인 41명(별도 의심사례 60명) △캐나다 5명(의심사례 18명) △미국 2명(의심사례 4명) △프랑스 3명 △독일 6명 △네덜란드 6명 △이탈리아 4명 △호주 2명 △이스라엘 1명 △모로코 의심사례 3명 등 확진자 171명, 의심환자 86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38도 이상의 발열, 오한, 두통, 림프절부종과 함께 수두와 유사하게 얼굴을 시작으로 손·발에 퍼지는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게 된다. 나이지리아,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등 중앙아프리카 및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풍토병이지만, 요즘에는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도 연이어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 간 감염은 드문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서 해외여행이 늘어난 데다 최장 21일에 이르는 잠복기(통상 3~6일)를 고려할 때 유입 위험은 더 커졌다는 것이 당국의 분석이다.
정부는 원숭이두창 발생국을 다녀온 모든 여행객에 대해 발열 체크를 실시하고, 건강상태질문서를 받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당국은 귀국 3주 이내에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 질병청 콜센터(1339)로 우선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부득이 원숭이두창 발생지역을 방문할 경우 감염 전파가 가능한 야생동물 및 유증상자와의 접촉을 피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같은 기본 위생수칙도 반드시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방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는 달리 전파력이 높지 않다. 충분한 경계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불안감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까지 국내 발생사례는 없으나, 국내 유입에 대비해서 방역당국은 해외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청은 지난 2016년 원숭이두창에 대한 검사체계를 이미 구축했고, 국내 발생에 대비해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의 검사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며 "원숭이두창 발생지역에서 입국하시는 경우에 발진·발열 등 증상이 있으시다면 검역관에게 신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은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하며, 단시간에 판정이 가능한 신속항원검사 등은 마련돼 있지 않다.
당국은 원숭이두창을 예방할 수 있는 사람두창 백신 3502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지만, 당분간 실제로 이 물량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람두창과 원숭이두창은 서로 같은 과(科)에 속해 접종하게 되면 85% 가량의 교차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단장은 "두창백신의 목적은 어떤 생물 테러라든가 인간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 그런 고도의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해서 사용할 목적으로 생산해서 비축하고 있는 것"이라며 "두창은 인류에 의해서 제일 처음 사라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현재 발생국은 없다. 그렇지만 세계 어딘가에 남아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실험실에서의 사고 등에 대비해서 이렇게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목적, 아주 큰 위험상황이 아니라면 두창 백신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숭이두창에 노출된 이후 보통 4일 이내에 접종해야 감염 예방효과가 있어서 외국에서도 매우 제한적 목적의 사용만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과 병행해 접종이 가능한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 단장은 "두창 백신과 코로나 백신에 대한 공동사용에 대한 내용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검토가 있어야 될 것 같다"며 "하지만 두창 백신은 기본적으로 생(生)백신이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과의 병용 가능성은 조금 결이 달라서 의학적인 검토가 좀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당국은 또 코로나19처럼 원숭이두창에 특화된 별도의 검역체계를 구축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단장은 "검역과 해외출입은 우리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상호주의가 어느 정도 작용한다"며 "WHO(세계보건기구) 평가에 따라 원숭이두창에 의한 공중보건위기가 선언되는 경우라면 이에 대한 검역절차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해외 발생현황을 살피면서, 국제적인 동향에 맞춰 필요 시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원숭이두창 감염자들의 격리기간도 아직은 세계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는 상태다.
이 단장은 "매우 특수한 부분이기 때문에 역학조사를 통해 사례를 확인한 다음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 같다"며 "피부에서 수포가 사라지고 상흔이 없어질 때까지 격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공통적 의견"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와는 다른 질병이기 때문에 (기간을 정해놓고) 격리 지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피부에서 수포가 완전히 없어지고 회복이 되는 단계까지 격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