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송경호(52·사법연수원 29기) 검사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하면서 2년 넘게 끌어온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도 빠른 시일 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대장동 개발사업 '윗선' 의혹 등 한동안 진척되지 않았던 권력형 비리 사건의 수사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신규 취임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2·3·4차장검사들은 첫날 산하 부서장들로부터 지금까지 진행돼온 사건들의 경과를 보고받고 기록 등을 검토했다. 송 지검장을 포함한 신임 차장들은 앞으로 며칠간 보고와 회의 등을 거쳐 주요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를 포함한 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주요 사건 가운데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최종 결과다. 현재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가 수사중이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 사건의 '전주'(錢主)로 지목돼왔다. 이미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과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들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은 검찰이 수사에 나선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징계 국면과 이후 이어진 대선 출마 등 정치 행보와 맞물리면서 수사팀이 최종 처분에 소극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사건을 계속 들고 있으면서 김 여사를 상대로 한 소환 조사도 없었다.
김건희 '전주 의혹' 무혐의 가닥잡나
이런 가운데 송경호 신임 중앙지검장이 취임하면서 최종 무혐의 처분도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수사팀은 김 여사를 주가조작 공범으로 의율하기는 어렵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김 여사의 계좌가 사용된 건 맞지만, 이 자체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통상 주가조작 범행 수사에서 전주를 처벌하는 핵심은 '공모' 여부인데, 입증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한 피의자는 대부분 기소되지만 돈과 계좌를 제공한 '전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득히 드문 이유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작전에 동원된 계좌는 157개, 계좌주는 91명으로 김 여사가 유일한 전주였던 것도 아니다.
특히 공모 입증의 열쇠를 쥔 권오수 회장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도 김 여사의 무혐의 처분으로 가닥이 잡히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 회장 측은 올초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주가조작을 총괄했을 권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는 마당에 전주로 분류되는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송 지검장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무혐의 처분 임박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송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2부장을, 윤 대통령이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중앙지검 3차장으로 승진했다. 김 여사 사건을 총괄하는 고형곤(52·31기) 신임 중앙지검 4차장도 윤 대통령과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일하는 등 인연이 깊다.
다만 윤 대통령과 친분 있는 중앙지검 지휘부가 자기 손으로 김 여사 사건을 무혐의 결재하는데 따른 비판을 고려해 최소 한차례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영부인 신분인 김 여사를 직접 불러 조사하기보다는 서면 조사로 갈음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최종 처분 시기는 중간간부 인사를 감안해 이르면 6월 초쯤으로 예상된다.
권력형 비리 사건 '재점화' 조짐
무혐의로 가닥 잡힌 김 여사 사건과 달리 그간 중앙지검이 수사에 미온적이었다고 비판받아온 사건들은 빠르게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태훈 전 4차장이 전담수사팀장을 맡으며 8개월 가까이 수사를 벌였지만, 이른바 '대장동 4인방' 등 민간인 이외에 윗선 규명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이외에도 중앙지검에는 문재인 정부 실세로 통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연루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거론되는 '우리들병원 불법 대출 위증 의혹' 사건이 남아있다. 선관위가 수사 의뢰하고 윤 대통령 측도 대선 과정에서 언급한 '여성가족부의 민주당 대선 공약 개발 의혹' 역시 중앙지검이 맡고있다.
송 지검장 체제 아래 중앙지검의 수사 의지는 취임 첫날 인사에서도 분명히 읽혔다. 송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강자들이 법 위에 군림하거나 법 뒤에 숨지 못하도록 우리의 사명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권력형 비리,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범죄나 금융비리 등은 그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