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와 5년 약속지킨 文, 그리움만 담아 말 없이 글만 남겼다[영상]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엄수되는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부부와 권양숙 여사가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관심을 끌었지만, 봉하마을에 머문 5시간을 정치적 동지이자 '옛 친구'를 향한 그리움으로만 달랬다.

문 전 대통령은 23일 추도식이 엄수될 오후 2시보다 4시간 앞선 오전 10시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그가 취임 직후 참석한 8주기 추도식에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는 생각을 마음에만 담아둔 봉하 땅을 5년 만에 밟은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과 김해 봉하마을을 차로 50분 거리다. 검은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 문 전 대통령은 시민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의 봉하행은 퇴임 후 첫 공식적인 행사여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윤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오찬한 것 외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떤 발언이나 입장은 없었다.

오롯이 봉하마을에 있는 동안 노 전 대통령의 기념관 관람과 추도식 참석에만 집중하며 옛 친구를 추억하는 데만 집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하마을에 도착하자 문 전 대통령은 오는 8월 말 개관 예정이지만, 이날 특별 개방한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둘러보며 그를 추억했다.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엄수된 추도식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라며 문 전 대통령을 추어올리자, 일어서서 손을 흔들고 감사를 전했을 뿐, 식순에는 그의 '순서'가 없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으로 이동해 분향과 헌화를 한 뒤 오후 3시 15분쯤 조용히 차를 타고 다시 양산 평산마을로 떠났다.

민주당은 이번 추도식을 계기로 야권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6·1 지방선거 분위기를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 봉하로 총출동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권양숙 여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문 전 대통령이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공언한 만큼, 민주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으로만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퇴임 직전까지 지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그의 말에 여야 모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이준석 대표는 지난 15일 창원 유세 현장에서 "(문 전 대통령이)퇴임해 사저 정치를 하려고 한다"며 '문풍' 바람을 견제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방한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뚜렷한 외부 일정 없이 서재를 정리하며 밭을 일구고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그의 뜻대로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연합뉴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찾은 봉하마을에서 어떤 언급은 없었지만, 노 전 대통령 기념관에서 다음과 같이 적은 방명록의 글이 5시간 봉하에서 그의 생각을 담은 유일한 메시지였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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