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의 지난주는 잔인했다. 5월 나름 선전을 펼쳐왔지만 어이 없는 실수에 따른 연장 패배에 9회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하는 등 악몽이 잇따랐다.
두산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에서 1승 4패 1무에 그쳤다. 승률 2할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나빴다. 최하위 한화(2승 4패)보다 좋지 않았던 지난주다.
17일 SSG와 홈 경기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두산은 7회까지 4점 차로 뒤졌지만 8회말 대거 4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비록 9 대 9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곰 군단' 특유의 뚝심을 보였다.
하지만 18일 경기가 문제였다. 두산은 1위 SSG와 팽팽한 연장 승부를 이어갔고, 11회말 기회를 얻었다. 1사 만루에서 조수행이 좌전 안타성 타구로 승부를 끝내는 듯했다. 그러나 2루 주자 정수빈과 1루 주자 안재석이 경기가 끝났다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좌익수 오태곤이 슬라이딩 캐치로 잡았다고 봤는지 뛰지 않으면서 횡사하고 말았다.
SSG 유격수 박성한이 기민하게 움직여 정수빈을 태그하고 2루를 밟아 안재석을 포스 아웃시켰다. 더블 아웃이 인정됐지만 3루 주자 김재호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두산 벤치가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수행의 타구는 좌익수 앞 땅볼로 기록됐다.
영웅이 될 뻔했던 우익수 조수행은 얼이 빠졌다. 12회초 수비에서 상대 크론의 타구를 놓친 뒤 경기가 끝났다고 판단해 수비하지 않다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두산은 2 대 5로 졌다.
연이틀 연장 피로에 황당한 패배까지 두산은 19일에도 무기력하게 3 대 9 역전패를 안았다. 구단 관계자는 "연장 승부의 후유증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역시 연패 중이던 롯데와 20일 홈 경기에서도 0 대 4 완패를 당하며 5연패에 빠졌다.
그래도 두산은 21일 롯데를 12 대 4로 대파해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다. 22일에도 8회까지 4 대 2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9회초 1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2사에서 마무리 김강률이 고승민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2019년 데뷔한 고승민이 57경기 만에 터뜨린 데뷔 첫 홈런임을 감안하면 제구와 구종 선택이 아쉬웠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KBO 리그 최초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뤘다. 특히 김현수(LG), 양의지(NC),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 '두산 왕조'의 공신들이 빠진 가운데서도 일군 업적이었다. 올해도 박건우(NC)가 빠진 가운데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음에도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악몽의 지난주를 보내면서 두산은 3위에서 7위까지 떨어졌다. 21승 20패 1무로 5할 승률도 위협을 받게 됐다. 물론 3위 키움(24승 20패)과 1.5경기 차다. 그러나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자칫 가을야구 경쟁에서 멀어질 수 있다.
두산은 지난해 MVP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빠져 있다. 4번 타자 김재환도 지난주 타율 3할8푼1리(21타수 8안타)를 기록했으나 아직 타율 2할2푼4리에 머물러 있다.
이번주 두산은 한화와 주중 대전 원정에 나선다. 주말에는 NC와 창원 원정이다. 최하위권 팀들이라는 점에서 두산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때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격언의 주인공이었던 두산. 과연 7년 연속 KS 진출의 저력을 올해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