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여름 늦으면 가을철 무렵 코로나19 재유행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 계통 변이보다는 바이러스 특성이 바뀌는 새 변이 출현이 우려되는 가운데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북한 그리고 국경을 맞닿은 중국을 경로로 재유행을 주도할 변이가 나타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면역 저하·주기적인 변이 출현…올해 여름~가을 재유행 가능성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대체로 코로나19 재유행을 예상하는 시기는 이르면 올해 여름 늦으면 가을에 접어드는 9~10월 무렵이다. 올해 1월 말부터 국내에 본격화된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자연면역이 떨어지는 시점인데다 1년 내 2번 정도 주기적으로 출현한 새 변이 가능성, 늘어나는 대면접촉 등이 이러한 예측의 근거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오미크론 대유행을 경험했던 국가 중 일부에서는 벌써 유행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예로 1월 중순 오미크론 유행 절정을 겪은 뒤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가 2만 명대까지 떨어졌던 미국은 지난 17일 기준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만 732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선 건 지난 2월 중순 후 3개월 만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중순 3만 7천명까지 기록한 뒤 감소세에 접어들어 4월 초중순에는 천명 아래로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확진자가 늘어 21일 기준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5600명(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까지 올라왔다.
두 국가를 비롯해 잠잠했던 유행이 반등 기미를 나타내는 곳들의 공통점은 코로나19 확산을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 재확산의 중심에 있는 뉴욕주 보건당국은 주 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2.12와 BA.2.12.1의 비중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BA.2.12.1'는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 정도 높은 BA.2보다도 23~27% 빠른 검출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변이다.
남아공에서는 또다른 하위변이 BA.4와 BA.5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두 변이의 남아공 내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최근 해당 변이들은 전파력이 기존 오미크론에 비해 12~13% 정도 빠른 것으로 추정되며 면역 회피력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변이들은 현재 이미 국내에도 유입돼있다. 방역당국이 당초 23일로 검토했던 확진자 격리의 의무에서 권고 전환을 당분간 미루기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변이 유입에 따른 재확산 가능성이 고려됐다.
확진자 급증하는 北, 국경 맞닿은 中…새 변이 출현 가능성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방역 체계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한 오미크론 계통의 변이보다는 알파벳이 바뀌는 새로운 특성의 변이 출현으로부터 재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알파벳이 바뀐다는 것은 기존 변이와는 전파력, 위험도, 면역 회피 정도 등 바이러스의 특징이 구분될 정도로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마치 알파(α)에서 델타(δ), 델타에서 오미크론(Ο)으로 유행을 주도한 변이가 바뀌며 세계적으로 대규모 확진이 발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새 알파벳 변이 출현이 가능 재유행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이 출현의 조건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있지만 대체로 짧은 기간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나 의료자원의 부족으로 감염 차단이 어려운 일부 남반구 국가들은 물론, 최근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급증하고 있는 북한에서 새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WHO는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곳에서 항상 새 변이 출현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며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새 변이가 나타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지난 13일에서 18일 10만 후반에서 20만명 정도 유열자(발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확진 분류 자체가 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가 아닌 발열 유무로 확인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는 최대 10배까지 많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새 변이가 출현해 중국을 통해 확산되거나 또는 중국 자체에서도 새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국경을 모두 닫아온 북한과 거의 유일한 교류가 이뤄지는 국가인데다 중국 스스로도 봉쇄로 일단락하기는 했지만 이달 초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오미크론 유행이 삽시간에 번지기도 해 여전히 재확산의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BA.4나 5는 그래도 오미크론 계열이라 대응 가능하지만 새 변이가 문제인데 그게 북한에서 나올 가능성도 높다"며 "북한 같은 경우 초기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 맨 처음 맞이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이 과정에서 감염이 감당이 안 되고 변이가 발생하게 된다면 중국으로 넘어간 뒤 전세계로 퍼지는 것은 일도 아닐 수 있다. 단순히 북한 안에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