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 마지막 날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난다. 방한 첫 공식 일정으로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일정으로는 자동차 사업 부문을 택한 것이다.
22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이 머무는 용산 하얏트호텔에서 정 회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은 것과 같이 현대차 남양연구소 등을 방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일정 등 여건으로 숙소에서 짧은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의 잇단 경제계 인사 회동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챙긴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에 대한 이른바 '바이든 후광' 효과 기대다.
미국 백악관은 방한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정 회장을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에 대한 감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만남이 감사를 전하는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미래 모빌리티 분야와 같은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나 대미 투자 기업에 대한 협업 등과 관련해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뒷받침할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1조2천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 서명하고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2030년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설비 50만기 설치, 미국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국내 자동차그룹 수장인 정 회장의 만남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생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지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선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회로 홍보는 물론 이미지 제고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또한 거래처 확대와 투자 확대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경제 부양 정책 등과 관련한 세제 등 혜택도 바라볼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강석구 조사본부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의선 회장의 만남으로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서 "미국 상호 간의 투자 확대 등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본부장은 또 "자동차 산업은 여러 부품 회사가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이미지 제고 효과는 물론 현대차그룹과 연계된 협력사들도 간접적 수혜와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