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상이 대북 확장억제를 대폭 강화하고 한미연합훈련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대북 강경노선 전환을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상호공약 등을 재확인하며 이같이 합의했다.
양 정상은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훈련 등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대한 방위공약에 대한 양측의 언급은 꼭 1년 전에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워싱턴 회담에서도 확인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선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과 연합훈련 확대 등이 추가됐을 뿐 아니라 일부 구체적 방안까지 명시적으로 거론함으로써 대북 압박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확장억제의 경우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등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강조함으로써 공약의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북한을 더 옥죄는 효과를 얻게 됐다.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서도 전임 정부의 단계적.동시적 접근이 아닌 사실상 제재.압박을 통한 '선(先)비핵화' 방식으로 선회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핵.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담대한 계획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며 뜻을 보다 분명히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런 방침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언급함으로써 미세한 차이를 보이긴 했다.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함으로써 강경기조를 뚜렷히 했다. 공동성명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기술하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 1년 전 회담 과의 가장 확연한 차이는 기존 남북 및 북미 간 협상과 합의 성과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이다.
1년 전 회담에선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초 출범한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시절의 대북정책을 전면 부정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한국 측 요청을 수용해 표면적으로나 협상의 지속성을 유지해왔다.
이날 회담에서 북핵 관련 기존 합의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최종적인 용도 폐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