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첫 정상회담서 뚜렷해진 군사안보 '보수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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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취임 뒤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는 예상됐던 대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내용들이 공동성명에 언급됐다.

양국은 '북한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한미연합훈련 규모 확대, 전략자산 전개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들어간 점이 눈에 띈다.


"연합연습과 훈련 범위와 규모 확대 협의 개시"…올 8월 대규모 기동훈련 재개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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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손을 떨 정도로 무서워했다는 대규모 기동훈련(FTX) 재개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하여 양 정상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이달 초 공개한 국정과제에서 "한미 전구급 연합연습(CPX)의 명칭을 변경하고 2022년 하반기부터 연합연습과 정부연습을 통합 시행하며, 연대급 이상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었다.

정확히는, CPX란 '지휘소훈련'을 의미하는 군사용어다. 전구급 연합연습의 정식 명칭은 현재 한미연합 지휘소훈련(CCPT)이라고 불리며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휘관들을 위한 지휘절차 숙달 연습으로 이미 수십년 동안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진행돼 왔는데,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기 위해 기동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1년에 2번 대신 1년 365일로 바꿨을 뿐이다.

정부연습이란 재난과 전쟁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응능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정부 최대 훈련인 을지태극연습을 뜻한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국무총리가 연습총감을 맡는다.

이렇게 되면, 2018년 중단됐다가 2019년 폐지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형태로 회귀하는 셈이다. 이 훈련도 컴퓨터 시뮬레이션 성격이었으며, FTX는 별개로 진행되는 독수리(Foal Eagle) 연습 하나뿐이다. 미군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CPX인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과 합쳐 'KR/FE'라고 불렸다.

확대개편될 연합연습 명칭이 무엇일진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이 과정에서 해병대의 연대급 연합상륙훈련인 쌍용훈련 등이 부활할 전망이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형태의 연합훈련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 질문에 "핵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 역시도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논의도 있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현행 작전계획 5015에는 미군의 핵무기 사용 관련 계획은 들어 있지 않다. 핵전쟁 계획은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아니라 전략사령부(STRATCOM)가 총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럴 경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물건너가기 쉽다. 본래 기동훈련은 대치 상태가 70년간 계속됐던 한반도 특성상 익숙해졌을 뿐, 다른 나라에선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국경지대에서 기동훈련을 진행했었다.

하반기 연합연습은 8월로 예정된 만큼 이 때를 전후해 한반도 정세도 격랑에 빠져들 전망이다.


2018년 1월 회의 마지막이었던 EDSCG도 재가동…미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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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정상이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한다며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를 시사하고, 이를 위해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EDSCG는 한미 외교·국방 당국이 이른바 '2+2' 형태로 한미 확장억제를 어떻게 실효적으로 운용할지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2018년 1월에 2차 고위급 회의까지 열리긴 했는데, 바로 그 해부터 남북·북미간 협상이 진행되면서 가동이 잠정 중단됐다.

양 정상은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서도 "북한의 안정에 반하는 행위에 직면하여, 필요 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과, 이러한 조치들의 확대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조치들을 식별해 나가기로 하는 공약을 함께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 전략자산 전개 문제가 정상회담 또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거론된 것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이듬해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면서 이 내용은 언급되지 않게 됐는데 이번에 부활한 셈으로, '재확인'이라고 언급된 것은 그런 이유 탓이다.

어쨌든 미 전략자산인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문제도 EDSCG를 통해 거론될 전망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양 정상 공동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선 EDSCG를 재가동해서 논의하다가 어떤 조치가 더 필요할지 나올 것"이라며 "지금까진 이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확장억제를 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과거 확장억제라고 하면 핵우산만 이야기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전투기나 미사일을 포함한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에 관해서도 논의했다"며 "앞으로도 양국 NSC 간 구체적인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 전략자산도 기동훈련과 거의 같은 효과를 낸다. 특히 해군 항공대의 전략적·작전적 가치가 입증된 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모함은 주로 무력시위에 쓰여 왔다. 전투기 수십대를 싣고 다니는 커다란 군함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나라는 감당하기 버거운데, 호위 함대까지 오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은 "북한과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윤석열 대통령은 비핵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담대한 계획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구상을 설명하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항상 연합연습이나 전략자산 전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만큼 비핵화 대화는 난맥에 빠질 전망이다.


사드 이야기는 없었다…사이버 공격 대응이 '억제력 강화'에 포함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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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일반환경영향평가, 근무 여건 정상화를 비롯한 관련 의제는 공동성명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사드 배치 당시 우리 정부는 이를 '임시 배치'라고 못박고, 정식 배치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진행하기로 했었다. 2020년 SCM에서 "양 장관(서욱·마크 에스퍼)은 동 공약의 일환으로 성주기지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하였다"고 언급됐지만, 지금까지도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진행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기지 정상화는 물론 아예 우리 군이 구매해 추가 배치하겠다는 등 이를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하지만 이달 초 국정과제에서는 빠졌고, 정상회담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사드 문제가 갖는 외교적 민감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국방부는 "사드 기지 정상화와 관련해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 상시 지상접근권 보장, 부지 공여 등을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라며 "관련 부처와 미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추진할 것"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한미 정상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조치들을 식별해 나가기로 하는 공약을 함께 재확인하였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 배후의 사이버 공격 등을 포함하여 북한으로부터의 다양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공동성명에서 밝혔다.

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와 사이버 등 여러 전략공간의 중요성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특히 사이버 공격은 특성상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기 어려우며 공격자를 명확하게 식별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국내 방산업체에 대한 해킹 등 최근에도 사이버 공격을 여러 차례 감행했다는 점 또한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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