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정부가 강행하던 용산 미군기지 터의 시민공원 시범개방 행사가 결국 무기한 연기됐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용산공원 시범개방 행사는 편의시설 등 사전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불과 하루 전인 지난 19일, 국토부는 용산 시민공원 부지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스포츠필드)까지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시범개방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국회 정책질의에 출석해 "(용산 시민공원의) 정식 개방은 오는 9월로 예정하고 있다"며 기존 개방 일정을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범개방 날짜를 겨우 닷새 앞두고, 관련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일정을 번복하고 무기한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용산 미군기지 터에 대해 토양·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공원 이용자 등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석연치 않다.
문재인 정부 당시만 해도 용산 시민공원 조성 작업을 완료하는 시점에 대해 오염된 흙 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정화 작업을 마치기 위해 최소 7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용산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서는 최근까지도 환경·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오염 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용산 미군기지 일부를 조기 반환받아 올해 안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는 시점에 맞추기 위해 용산공원 시범 개방 계획을 서둘렀던 것으로 알려져 '졸속 계획'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관련 일정을 단축하면서 정화 작업 대신 해당 부지의 위해성을 저감하기 위한 임시 조치만 진행한 후 곧바로 공원으로 단장해 시범개방하려던 터였다.
이마저도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시간, 노출량 등을 고려해 2시간 간격으로 1일 5회씩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지만, 돌연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여름철을 앞두고 그늘막, 쉼터, 화장실 등을 보강하기 위해 행사를 늦춘 것 뿐"이라며 "유해물질 논란과는 무관하며, 위해성 저감조치 계획 등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