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은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8년 동안의 영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한 그는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름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라면서 "한 계절을 지나야 완전히 돌아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 박지성과 울버햄프턴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도 지소연의 한국행을 응원했다. 지소연은 "떠나기 전날 (박)지성 오빠랑 (김)민지 언니, (황)희찬이랑 식사를 했다. 다들 수고했다고 격려해줬다"면서 "한국에 가서도 여자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게 파이팅 하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첼시 위민에서 8년 동안 핵심 선수로 활약한 지소연은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미국 3~4개 팀을 비롯해 많은 클럽에서도 지소연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지소연은 한국행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 그는 "첼시도 오랜 시간 나의 선택을 기다려 줬다. 하지만 내 마음은 한국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WK리그행을 택했다"면서 "내년에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에서 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큰 결심을 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전 소속팀 첼시 위민에 대한 여러 감정이 오간 듯 인터뷰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지소연은 "첼시는 나를 지소연이라는 선수로 만들어준 팀"이라며 운을 띄운 뒤 "처음 첼시에 갔을 때는 강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입단 후에 많은 우승을 함께했다"면서 "데뷔 첫해 FA컵에서 결승골을 넣고 우승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국내 무대를 밟게 된 지소연은 "내가 외국 무대에서 뛰었다고 해서 WK리그에서 더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동료들에게 많이 배우고 싶고 나도 WK리그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WK리그 한 팀과 계약을 마무리한 지소연은 후반기 등록 시작일인 7월 1일 이후 7월 4일 16라운드부터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있다.
지소연의 WK리그행에 국내 팬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지소연은 "한국을 떠나 12년 만에 돌아왔다. 내가 해외에서 뛰는 모습을 못 보신 국내 팬들이 많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좋을 때 팬분들 앞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국내 팬들을 마주할 생각에 지소연 역시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그는 "한국 무대에서 뛴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팬들과 소통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국에서는 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면서 "한국에서도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 첼시 위민에 입단한 지소연은 유럽 무대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을 달고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210경기에 출전해 68골을 넣었다. 팀 통산 최다 출전과 최다 득점 3위 기록이다. WSL 통산 100경기와 200경기에 출천한 최초의 비영국인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데뷔 첫해부터 19경기에서 9골을 몰아친 지소연은 첼시 위민의 창단 첫 준우승을 이끌었고, 첫 UEFA(유럽축구연맹) 위민스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는데 기여했다. 첼시 위민과 고별전이었던 지난 15일 FA컵 결승전에서는 후반 24분 교체 투입돼 팀의 FA컵 2연패를 함께 했다. 소속팀에 리그 우승 6회, FA컵 우승 2회 등을 안겼다.
개인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첼시 위민에 입단하자마자 2015년 WSL 올해의 선수와 PFA(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수상했고, 2019년 FIFA 월드 베스트와 FIFA 올해의 여자축구 선수상 후보에 오르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