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운명을 같이한 사람들이 검찰 첫 인사에서 복귀했다. 검찰국장, 대검차장, 서울중앙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그리고 수원지검장 등 알짜배기 핵심요직에서 모두 윤석열의 칼잡이들이 키를 잡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인사는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때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그는 지명 직후 "검찰은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다 알려졌다시피 윤석열 사단은 대부분이 '수사 본능주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임명했을 때 검찰 인사가 특수부 출신 검사들로 거의 채워졌다. 전례없는 일 이었다. 보수정권 시절에도 기획과 특수, 공안, 형사로 각 직능의 전문성 원칙을 어느정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찰 인사가 이뤄졌었다. 하지만 문 정권때 적폐청산 명목으로 특수부 검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그들이 특수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공안은 물론 기획과 형사까지 검찰 조직 대부분을 장악하는 인사가 행해진 것이다.
이번 인사의 첫째 특징은 작용과 반작용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문 정권 검찰 지우기다.
전 정권에서 조국 사건 이후 좌천 됐던 윤 사단 인사들이 마치 '미러링(mirroring)'이라도 하듯 그대로 핵심요직 수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단순히 그들의 '명예 복권'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전 정권과 야당에 대한 전면적인 사정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훈 법무장관의 울타리 속에서 앞으로 올 하반기와 내년 총선 전까지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칼바람이 휘몰아 칠 것으로 보인다. 임인사화, 계묘사화의 전주곡일지 모르겠다.
두 번째는 '소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은 한 장관이 지향하는 뜻과 의지가 인사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장관은 검찰 퇴임사를 통해 "몇 년 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린치를 당했지만 결국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취임사에서는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전 정권에서 탄압을 받았다고 하지만, 신분이 보장된 직업 공무원 신분인 검사가 '린치를 당했다'는 강한 피해 의식에 젖어 있음을 상기해 볼 때 앞으로 검찰권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 상당수는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세 번째는 검찰 개혁 요체에 대한 인식이다. 한 장관은 '나쁜 놈, 사회적 강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만 강조한다. 일차적으로 나쁜 사회적 강자를 처벌하는 것이 수사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검찰 개혁의 본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본인들은 전지전능하다'는 아주 위험한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큰 이유는 검찰 수사가 지나친 자의성 때문에 공정하다고 피부로 느끼지 못한데서 유래한다.
어떤 이의 주가조작 사건은 형평성과 수사의 비례성에 큰 의문을 일으키고, 또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고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도 당시 수사 검사는 면죄부에 가까운 처분을 받고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됐다. 어떤 수사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으로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해서 수사가 이뤄져 왔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던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간 검찰 수사를 돌아보면 그런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본인 스스로 상식과 공정성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검사도 '신'인 아닌 이상, 자의성과 임의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칸트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뒤틀린 목재'와 같아서 곧은 데는 쓸 수가 없다"고 직설했다. 특히 국민의 신체 속박권을 좌지우지하는 큰 칼, 큰 권한을 가진 국민의 대리인일수록 그 권한을 행사하는데 신중하고 공정해야 한다. 어쩌면 검찰개혁의 요체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에 도달하려고 하는 겸양과 겸손일 수 있다.
인사 또한 너무 급하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검찰총장이 부재한 시기다. 그렇다면 사표를 제출한 대검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원 포인트 인사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다. 그럼에도 법무장관 취임 하루 만에 알짜배기 핵심 요직에 측근 인사를 기용하는 중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을 지휘할 차기 검찰총장도 어차피 '내 식구'라는 오해를 주기 십상이다.
검찰 안팎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군사 정권 시절 군 인사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검찰 조직은 '돌아온 윤석열 사단의 검찰 직할'이라는 나쁜 프레임에 빠져나올 수 없게 됐다. 간극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