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에 물었습니다. 비행기 티켓값 왜 계속 오르나요?

연합뉴스

주식 그래프가 이보다 더 가슴 졸일까요?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비행기표 가격에 심장이 덜컹합니다. 아, 조금만 더 보다가 결제하려 했는데 반나절 만에 50만원이 더 올랐습니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마음이 급해집니다. 서울 부동산처럼 비행기 티켓은 오늘, 지금이 가장 싸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시기에 하와이행 항공권 예약을 취소했는데 다시 예약하려고 보니 100만원 넘게 올라 눈물을 머금고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는 신혼부부의 사연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부동산은 부르는 게 값이니 그렇다고 쳐도, 비행기 티켓값은 택시 미터기마냥 왜 계속 바뀌고, 오르는 걸까요? 우리나라 대표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티켓값 왜 계속 올라요?

프로모션 할 좌석도 없다…해외 여행객 느는데 공급은 제자리


두 항공사 모두 티켓 가격을 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논리입니다.

항공기 좌석은 상품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품'입니다. 수요 예상을 기반으로 운임이 책정되는데, 성수기에 항공 운임이 상승하는 반면, 비수기에는 초과되는 공급으로 항공 운임은 낮아지게 됩니다.

엔데믹이 본격 시작되면서 급감했던 국제선 수요는 최근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수요는 점점 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20% 수준에 그치면서 티켓 가격이 오르게 된 것이죠.  

대한항공측은 "방역 당국에 의해 공급 제한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운임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시아나 역시 비슷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항공사들마다 티켓 가격을 일부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곤 하는데 현재는 국제선 공급을 정부에서 통제하고 있는 데다 좌석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프로모션을 할 여력이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올랐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제선 운항은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합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50%까지 회복한다는 계획입니다. 늘어나는 해외여행객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함인데,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수는 64만 95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 8285명보다 4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백신 접종 입국자들의 자가 격리가 면제된 데다 다음 달부터 입국 전후 코로나 검사 요건이 완화되면 해외 여행객들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수요-공급 원리대로 라면 여행객이 늘어날수록 가격이 더 올라갈텐데,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티켓을 살 수 있을까요?

매수 타이밍 놓쳤다면… LCC 특가·여행사 패키지 노려보자

박종민 기자

매사에 계획적이고 발 빠른 J형 소비자라면, 티켓 가격이 많이 오르기 전에 티켓을 선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무계획형인 P형 소비자들도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여행사들이 미리 선점한 티켓이 남아 있으니까요!

하나투어는 비행기표 가격이 "더 비싸게 느껴지는 요인이 있다"고 말합니다.

"같은 이코노미 좌석이라도 다양한 조건으로 티켓이 판매됩니다. 취소 여부, 날짜 변경 여부 등 세부 항목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낮은 요금부터 좌석이 소진되다 보니 항공 요금이 점점 오르고 있다고 체감상 느끼는 거죠."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상된 유류할증료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6월부터 유류할증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19단계가 적용되는데, 지난 2016년 7월 유류할증료에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지난 3월엔 10단계, 4월 14단계, 지난달에는 17단계가 적용되며 할증료는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류할증료는 유가변동에 따라 운임에 일정액을 추가로 부과하는 요금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유류할증료도 함께 오르는 것이죠.

때문에 미주와 유럽 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남아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저가항공사(LCC)들의 프로모션 특가를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티웨이항공 '다시 떠나는 해외여행' 국제선 프로모션. 티웨이항공 제공

티웨이항공은 오는 22일까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웹에서 일본, 동남아, 대양주 등 10개 노선 대상 국제선 항공권 판매와 함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합니다.

진에어도 부산~다낭, 부산~방콕 노선 복항을 기념해 오는 31일까지 부산발 국제선 전용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합니다. 다음달 1일부터 오는 7월 30일 사이에 운항하는 부산발 괌, 다낭, 방콕 노선 항공편 대상으로 예매 시 최대 5만원이 할인됩니다.

만약, LCC 프로모션 항공권까지 놓쳤다면 최후의 방법으로는 '패키지' 여행이 있습니다.

하나투어측의 설명은 이러한데요, 여행사는 패키지 여행객을 위해 미리 그룹 항공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인상된 유류할증료를 추가로 내더라도 개인이 항공권을 예매하는 것보다 패키지를 선택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아직은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행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이 담보돼 있고, 코로나 확진과 같은 돌발 상황에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나투어뿐 아니라 다른 여행사들도 해외여행 시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체류비 등을 지원하는 '해외여행 안심 보장 서비스'를 본격 선보이는 추세입니다. 한진관광은 지역에 따라 하루 숙박비 최대 150달러, 식비 40달러까지 지원하고 인터파크투어도 체류비와 교통비, PCR 검사비를 지원합니다.

비행기 티켓값이 마냥 오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희망도 있는데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유류할증료가 높은 수준으로 설정돼 있어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으로 안다"며 인하 방안 검토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국토부의 빠른 결단과 실행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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