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핵실험은 현 국면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 도발이다. 북한은 오는 20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의 북한 전역 확산이라는 변수가 터졌다. 코로나 사태는 북한의 핵실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통일·외교·안보부서에서는 전망이 아주 조심스럽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오미크론 상황이 북한 스스로 '대동란'이라고 표현할 만큼 큰 사건이기 때문에 핵실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영향은 줄 수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본다"는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핵실험 준비가 다 되었을 때, 정치적인 결심을 코로나19로 인해서 연기될 것인지 아니면 무관하게 할 것인지 여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좀 더 분명한 전망을 했다. 김태효 1차장은 "현재로선 북한이 이번 주 말까지 핵실험을 할 가능성 낮은 것으로 판단되고 다만 ICBM을 포함한 미사일 발사는 임박한 것으로 파악 된다"고 말했다.
핵실험은 아니지만 ICBM 등 미사일 발사는 임박한 것으로 본 것이다.
북한은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현재의 비상방역 대응에 대해 '승세를 잡아 호전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당 중앙의 방침 관철에서 뚜렷한 개진을 이룩함으로써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국방건설, 준엄한 방역시련 극복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혔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코로나 방역통제에 자신감을 과시하면서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중단없는 과업 관철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북한은 방역 대응과는 별개로 당 결정 사항 관철을 위한 전략·전술 무기개발과 시험발사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12일 새벽 당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 발병을 처음으로 인정했지만 오후 6시 넘어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연달아 발사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의 7차 핵실험은 현재 "큰 틀에서 많은 부분이 준비가 되어"(이종섭 국방부 장관 17일 국회 발언)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모두 완료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핵실험을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실험 직전에 방사능 계측 장비와 지진파 탐지 장비 등이 반입되고 전선이 연결돼야 한다. 아울러 핵 실험장 주변의 인력들을 모두 소개시켜야 한다. 방사능 오염 등의 우려로 비가 오는 날에 핵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상 조건도 잘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7일 찍은 위성 사진을 보면, 핵실험이 예상되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는 여전히 준비 작업과 함께 인력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핵 실험이 임박한 징후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하기 직전에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한 전례가 있다. 북한은 이 회의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시험을 진행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 위원장이 친필 명령서에 서명을 하고 그날 결국 6차 핵실험이 감행됐다.
이런 전례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이번에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회의에서는 코로나 비상방역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에 대한 논의도 함께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에도 핵 실험 논의를 위한 상무위원회를 개최했다"며, "따라서 이번에도 7차 핵실험 실시 여부, 실시 유예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다만 북한이 결정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코로나로 인해 실험을 유예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고 한미 정상 회담 등을 보면서 6월 상순 당 전원회의까지 핵 실험을 유보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핵실험 대신 우려되는 것은 ICBM을 포함한 미사일 시험발사로 보인다.
미국 CNN 방송은 미국의 정보 관련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과거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ICBM을 발사할 때 나타났던 징후들이 다시 포착되고 있다"며 "향후 48~96시간 내 시험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 정보당국이 여러 첩보를 통해 발사시설과 장비, 연료 공급 차량, 연료 주입 정황, 인력 움직임 등을 포착해 미사일 발사 징후를 파악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는 특히 평양 인근 발사시설 주변에서 연료주입 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BM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데, 이 연료는 산화성 맹독 물질이기 때문에 일단 발사체에 주입하고 나면 하루나 이틀 안에는 발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연료 차량 움직임과 발사 시점을 계산해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기간 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김태효 1차장은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도발을 할 경우 도발의 성격에 따라 한미 정상이 기존 일정을 변경하더라도 한미연합방위태세 지휘통제 시스템에 들어가도록 하는 플랜B(대체 계획)를 마련해 뒀다"고 밝혔다. 북한의 시험발사 동향에 선제적으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