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의 실상을 대구에 알리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두레 사건' 피해자들이 42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상오)는 18일 계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두레 사건 피해자 5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980년 5월 계엄군이 광주를 탄압하는 상황을 알게 된 이들은 두레서점 운영주최인 두레양서조합을 중심으로 대구에 이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피해자들은 "광주 사태는 공수부대가 무자비하게 학생 데모를 진압하려다가 확대됐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어 시내에서 나눠주는 등 실상을 밝히기 위해 힘썼다. 당시 이들은 모두 20대 대학생이었다.
피해자들은 이후 군부의 수사에 적발됐고 구금당해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이후 고 정상용씨는 계엄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서원배씨 등 4명은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80년 계엄보통군법회의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씨에게는 징역 2년, 나머지 피해자들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정씨는 항소했으나 같은 법원이 항소를 기각해 실형을 살았다. 그는 지난 2011년 5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법원은 지난 2020년 7월 5·18 민주화 운동 특별법 등에 따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없고 검사도 무죄를 구형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5명에게 모두 적용된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국내 정치·사회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이 사건 당시 계엄포고는 구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헌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포고는 위헌, 위법한 것으로 무효하다"며 "계엄포고가 당초 위헌, 위법해 무효이므로 계엄법 위반 혐의는 범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 서원배씨는 무죄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42년 만에, 특히 5월 18일에 무죄를 선고 받은 의미가 크다. 광주의 슬픔과 아픔이 광주인만의 것이 아니고 대구에서 같이 함께 하려 한 77명이 있고 100여명 이상 붙잡혀 고문을 당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5·18 유공자로서 대구·경북에서 살아가는 게 떳떳하지 못한 상황이 있다. 지역민들이 정치권에서 이용하는 그런 (프레임으로) 그 사람들 말만 믿지 말고 광주의 슬픔과 아픔을 같이 감내해주고 이해해주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상국씨는 "오늘 많은 정치인들이 광주 영령 앞에서 선언한 말들이 말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자기 삶으로 실천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사건 피해자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 지난 12일 먼저 무죄를 선고 받은 김영석씨는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됐다는 이유로 폐쇄된 지역 사회에서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약 30년간 고통받던 세월이 있기에 무죄를 선고 받고 나니 가족들이 매우 좋아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