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 없으면 통행료 10배?…녹음서약 강요하는 민자도로

지하차도 신월IC 출입구. 황진환 기자

민자 유료도로인 신월여의지하차도 운영회사가 사전 고지 없이 10배의 미납통행료를 부과받더라도 무조건 납부하겠다는 녹음 서약을 고객에게 강요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신월여의지하차도는 요금을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낼 수 있는 통로가 없어 하이패스를 장착하지 않은 차량은 자동으로 미납 차량으로 분류된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A씨는 며칠전 신월여의지하차도 운영사인 서울터널주식회사 직원 B씨에게 민원을 제기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는 해당 도로 운영사가 신용카드나 현금 수납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행료를 내지 못한 하이패스 미장착 차량에 10배의 부가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의 신청을 했다. 이에 운영사 직원 B씨는 A씨에게 "이번만 부가금을 면제해줄테니 다음부터는 사전 고지 없이 부가금를 부과받더라도 이의 신청 없이 납부하겠다는 서약을 육성으로 녹음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10배의 부가금을 감액해주는 건데, 앞으로 이의 신청 없이 부가금을 내겠다는 서약을 받지 않고 어떻게 감액해줄 수 있느냐"며 "녹음하지 않으면 부가금을 감면해줄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일축했다.

신월여의지하차도는 지난해 4월 개통 이후, 통행료 납부 방식의 선택권 제한과 부당한 가산금 부과, 직원의 고압적 자세 등의 이유로 하루 평균 1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되는 서울시 대표 민원시설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서울터널주식회사 관계자는 "처음으로 10배 부가금을 부과받은 운전자가 이의 신청을 할 때만 부가금을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앞으로는 사전 고지 없이 10배의 미납통행료를 부과받더라도 무조건 납부하겠다는 녹음 서약을 받는 것이 회사의 영업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행료 미납의 귀책사유가 운영사 측에 있는데도 전체 차량의 20%나 되는 하이패스 미장착 차량에 위반 행위 딱지를 붙여 부가금을 남발한 뒤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료도로법 제20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내지 않으면 10배의 범위 안에서 부가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법 시행령 제14조는 세부적인 부과 대상을 정하고 있는데, 마지막 5항의 '그밖에 통행료를 납부하지 않고 유료도로를 통행하는 행위'라는 문구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조항은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면탈하려는 운전자 외에, 기기 오작동으로 통행료를 내지 못했거나, 실수로 미납금 납부기간을 넘긴 선량한 운전자까지 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

3차 고지 후 이의 신청을 받아 부가금 부과를 취소해주기도 하지만, 부가금을 부과 받은 상당수 고객들은 이의 신청을 하지 않고 부가금을 납부하고 있고, 이는 도로운영사의 수익으로 귀속된다. 도로운영회사가 '내면 좋고 안내도 그만'이란 식으로 법정 최대치인 10배의 부가 통행료를 남발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10배의 부가 통행료는 부정 행위가 명백한 운전자에게만 부과하는 것이 법 취지에 맞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장한별 팀장은 "일정 기간, 일정 횟수 이상 미납하는 등 누가 봐도 통행료를 내지 않고 계속 다닌다는 위법성이 있는 경우에만 10배의 부가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영업 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로공사가 하이패스 차로를 30~40회 정도 잔액이 없는 상태로 상습 통과한 운전자에게 10배의 부가금을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고 본 하급심 판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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