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있는 유명인의 삶에도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대중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별다른 잘못을 하지 않아도 욕먹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스트롯' 우승 이후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된 송가인에게도 악플(악성 댓글)이 달렸다. 속이 상했고, 때로는 심하게 고약한 댓글을 보고 운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마음을 덜 쓰려고 한다. 댓글 중 악플은 10개 중 2개꼴에 불과하고, 자신의 본업(노래)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고작 이런 거로 힘들어야 돼?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포켓돌스튜디오 사옥에서 송가인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송가인은 어떤 질문을 받아도 웬만하면 망설임 없이 시원스러운 답을 내놓았다. 본인 생각을 표현하는 데 거침없었고, 오히려 발언권을 가진 사람일수록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에서 국악이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바로 행동에 나섰던 것처럼, 송가인은 한복 홍보대사와 한국문화재재단 홍보대사도 자처해서 시작했다. '영향력'이 있을 때, '우리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서다.
송가인의 팬덤은 단합력과 독특한 팬 문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을, 본인은 뭐라고 생각할까. 송가인은 "어른들은 보면 다 안다고 하지 않나. 내숭 떨고 있는지 솔직한 건지… 솔직함 때문에 좋아해 주시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국악과 트로트를 동시에 한다'는 점이다. 그는 "국악 판소리를 전공했기 때문에 한스러운 목소리가 트로트에 묻어나와서 팬분들에게 더 와닿고 꽂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바라봤다.
'국악'은 송가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자 '뿌리'다. 타이틀곡을 비롯해 앨범 수록곡에서도 되도록 '정통 트로트'를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목을 떨기도 하고 꺾는 것도 많은데, 이게 국악을 했기에 가능한 장점이라고 본다.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잘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라며 "사실 뿌리가 있어야 다른 영역도 넓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뿌리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가 가지고 가야 할 몫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국악의 뿌리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국악이 (제 가수 생활의) 기초와 바탕이 되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고요. 제가 국악 무대를 보여드리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기도 해요. '거기가 송가인씨가 배운 학원이냐' 하면서 국악 선생님 학원에도 연락이 간대요. 그런 얘기 들었을 때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기도 하고, '나도 우리 것 지켜야지' 하게 돼요. 그런데 그렇게 (교과 과정에서 국악을) 없애버리면 학생들이 우리 전통이 뭐고, 우리 문화가 뭐고, 뿌리가 뭐고, 기초가 뭔지를 알 수 있을까요. 저도 학교 다니면서 해금이 뭔지 알고,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았는데, 한국인으로서 우리 음악이 뭔지도 모르고 어떤 음악이 있는지도 모른다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아요."
한국문화재재단과 한복 홍보대사를 맡은 것도 본인의 강한 의지 덕분이었다. 하고 싶다고 먼저 의사를 밝혔다. '제가 알릴 수 있으니 저 좀 시켜주세요. 제가 홍보할게요. 제가 모르는 분들께도 국악을 널리 알릴게요' 하는 마음이었다. "우리 문화, 우리 한국 것을 알릴 기회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각오가 단단했다.
"대학교 때 위안부에 대해 공부하고 리포트를 쓴 적이 있어요. 그때 그 내용을 자세하게 알고 공부했고, 모니터 보고 있는데 너무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우리 친할머니였으면 가슴이 찢어졌을 것 같아요. 가까운 친척이라도요. 그래서 그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다면 저는 더 바랄 게 없었어요. 사실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고, 자기한테 피해가 올 거 같으면 다른 분들은 안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한 치도 고민하지 않았어요. 제 노래로 그분들이 위안이 되고,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된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정말 자기 할말하고, 맞는 얘기를 나서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맞는 얘기 해도 욕먹지만… 굳이 틀린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고요. 저한테 피해가 온다고 해도 저는 말할 거예요. 왜? 틀린 말이 아니니까. 누군가는 이끌어 나가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면 도태되고 없어지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데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나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성격이 오지랖 넓은 것 같아요. 불의를 보면 못 참겠어요. (웃음)"
특정 소비층만 향유하는 장르로 여겨졌던 '트로트' 붐을 일으키는 데 기여한 만큼, 송가인은 이렇게 좋은 때에 '히트곡'을 내고 싶다고 바랐다. 그는 "히트곡이 나와야 대박이 나고, 가수는 히트곡이 있어야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아무래도 책임감이 생긴다. (트로트) 부흥을 일으켰으니까, 이런 때 히트곡이 나오면 좋겠다. 사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거고 운때가 맞아야 하니까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트로트 가수는 트로트만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라, 한계가 없구나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 도전해보고 싶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곡들로, '이 가수는 트로트 가수가 아니야' '장르가 무한정이야'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 타이틀곡 이외에 발라드나 댄스곡이나 록적인 부분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보여드리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