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與 KTX타고 '5월 광주'로…野 표정관리 속 '난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와 로텐더홀에 대기한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부터 각 부처 장관, 대통령 참모들 그리고 100명이 넘는 여당 의원들까지 5월 광주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윤 대통령은 18일 제42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광주행 KTX를 탄다.

대통령이 지방 일정에 참석할 때는 시간 절약과 보안 등을 위해 헬기나 비행기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실 수석 등 핵심 참모들,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함께 가기로 하면서 KTX열차를 대관했다.

보수 정권의 대통령부터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 각 부처 장관 그리고 보수 정당의 의원 대다수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5.18 기념식에 '총출동'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특별한 일정이 없는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이 가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를 정무수석이 전한 것으로 안다"며 "부처 장관들과 대통령 비서관 중 최소한의 인원만 남고 대부분 참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도 100여명 정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5.18기념식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통합의 행보며, 그간 보수 정권이 5.18기념식 때마다 참석 이슈가 있었던 것을 아우르는 계기"라고 부연했다.

대선후보 당시 국립 5·18 민주묘지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유족 등 관련 단체들과 티타임을 갖고 '민주의 문'을 직접 걸어 들어가는 모습도 연출될 전망이다. 취임사 때 국회 정문에서 연설 단상까지 180m를 걸어 들어간 것과 유사한 그림이다.

이 역시 보수 정권의 대통령으로서 처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만이 2017년 5.18 기념식에서 '민주의 문'을 통해 입장한 바 있다. '민주의 문'은 5.18기념식이 열리는 '국립5.18민주묘지'의 입구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대선 후보 시절 강조했던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안방'에서 '보수發 통합'에 난감한 野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이런 행보에 일단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야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안방인 광주에서 윤 대통령의 통합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 잡기 싸움이 치열한 상황인 만큼 민감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의 호남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야 정치적인 때가 덜 타서 그렇다고 하겠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소행', '폭도'라는 말을 쓰지 않았느냐"며 "1박2일로 묵고 가도 호남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의 초선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여당 의원들이 우르르 내려가는 게 상식적인지 모르겠다"며 "판단은 국민 몫이겠지만, 진정성 있다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개편해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를 만들어 윤 대통령이 말한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대통령실에서는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는 아직 미온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차후에 국회에서 어떤 계기 등으로 헌법 개정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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