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인구절벽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지만, 점점 절벽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그곳에 발을 디디는 순간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우리 사회 전체와 개인의 삶들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인구절벽을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에서 인구와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게 초저출산 시대 우리의 미래와 그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시간이 통 나지 않는 조 교수의 일정 때문에 이동 중이던 조 교수와 지난 16일 저녁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에 대해 추가 설명은 그의 저서 <인구 미래 공존>의 참고했다.
-인구절벽이니 인구위기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회자하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피부로 와닿지는 않아요.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은 2015년인가 2014년인가에 한국에 책이 한 권 소개가 되면서 그때 인구절벽이 처음 얘기를 했었고 '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해리 S. 덴트)는 책이었어요.
그러면서 인구절벽이라는 얘기가 나온 건데 인구절벽을 뭐로 보냐는 건데 시장이 좀 작아질 때 그런 것을 느끼게 될 거에요.
한국 사회에 시장이 2014년부터 지금까지 별로 줄지 않았어요. 일하는 인구가 25세에서 59세까지라고 한다면 18년에 정점을 찍었거든요.
그때가 2800만명 조금 아래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50만명 줄었어요. 그러니까 이것은 시장에서 일하는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게 아니라 그동안 2018년까지 증가를 해왔기에 못 느끼는 게 당연해요.
학자들이나 책에서는 인구절벽의 위기가 온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도 크게 못 느끼는 것은 줄어드는 인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거고요.
그런데 이미 인구절벽을 느끼는 곳들도 있어요. 예컨대 영유아가 확 줄었기 때문에 보육시설에 입소하는 아이들 숫자가 전반적으로 줄었거든요. 지방에서는 입학하는 대학생 숫자도 확 줄었잖아요.
-그렇다면 일반 국민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의 위기가 언제로 예상하나요.
=그건 2032년이 되면, 2030년이 넘어가면 느낄 것 같습니다.
-그럼 2030년에는 어떤 상황이 올까요.
=일하는 인구(25~59세)가 오늘 기준 부산시 인구(335만명) 만큼 줄어드는 거니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여러가지가 있죠. 소비시장이 축소가 되고, 연금도 기여도는 줄고 타는 사람은 늘어나는 게 본격화되는 거고요.
-최근 자료에는 지금까지 저출산 예산으로 380조 정도를 쓴 것으로 나오는 데 효과가 없다고들 해요. 이쪽 예산을 대폭 늘리면 정책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출산을 많이 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가 뭔지를 봐야 하는데 이게 보육환경 때문이냐. 그것은 아니거든요. 과거에는 우리나라는 더 보육환경이 더 나빴는데 더 많은 아이가 나왔거든요.
그럼 뭐냐는 건데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 그것을 봤어요. 어떻게 보면 생태학적인 이야기인데 밀도가 높아지면 아무래도 경쟁이 심화되죠.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심하면 현재 쓸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줄어들고 내가 빨리 (후속세대) 재생산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냐. 생존을 먼저 하냐.
이렇게 되면 생존을 먼저 할 수밖에 없거든요. 청년들이 획일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이 현재 수도권 밖에 없는 거죠. (일자리, 보육 인프라, 문화시설 등이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에 남은 청년들의 불안한 마음,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
수도권에 오면 사람이 많으니 경쟁이 심하고 지방에 가면 그만큼 청년이 쓸 수 있는 자원이 없는 거고.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보육 환경이 더 좋아지면 출산율이 올라갈지는 모르겠어요.
(조 교수의 이런 의견은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종의 기원>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책에서 '경쟁이 너무 격해지면 재생산 본능마저 억누르고 생존 본능이 더 크게 발현되는 것은 거대한 자연법칙'이라고 했다.)
-복지 선진국이 되면 출산율이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북유럽에 맞춰 가는 게 복지로 가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북유럽 국가는 세금을 평균 55%를 낸다고 하는데 우리 국민들도 낼까요. 또 그렇게 되려면 인구구조가 북유럽은 통짜로 돼 있어요 우리는 그렇지 않은데 나중에 우리는 누구는 돈을 내고, 누구는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우리나라는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 형으로 진행되고 있어 유럽식 복지 모델이 어렵다는 게 조 교수의 의견이다.)
-인간 본성적인 부분에 착안해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국가가 있나요.
=일단 우리나라와 같은 출산율을 가진 나라는 없기 때문에 정책화했다고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수도권에 있는 인구를 갑자기 지방으로 옮기자고는 할 수 없잖아요.
국가가 전반적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이제부터는 고려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가겠구나 얘기하는거지. 기자들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거냐고 묻는데 인간이 살아가는 게 얼마나 복잡다단한데 어떤 정책을 하면 출산이 되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경쟁이 심하면 출산이 떨어지니까 분산을 해야 하는 건 맞잖아요.
=그게 물리적인 분산일 수도 있지만, 심리적인 분산일 수도 있겠죠.
-심리적인 분산은 뭘 말하나요.
=예를 들어 이런 거죠. 아침에 9호선,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분명 지방에 가면 사람이 없지만 9호선이나 2호선 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잖아요. 이런 공간에서 내가 결혼을 하고 애를 갖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 사람이 다른 공간에서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가 있어서 메타버스에서 활동할 때는 끝이 없는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하면 심리적인 경쟁률이 줄여줄 수 있겠죠.
혹은 18세에 모두 대학을 가야 하고 졸업하면 직장을 구해야 하고 직장은 다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연령 규범이나 직업 규범이 굉장히 획일적인데 이런 것을 풀어놓아 줄 수 있으면 물리적으로는 서울에 있더라도. 그렇다면 심리작용 완화가 생길 수 있겠죠.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자녀를 키울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출산을 미룬다는 '완벽한 부모 신드롬'인데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녀를 출산하면 나보다는 자녀가 더 잘 살기를 바라는 건 인간의 본성일 것 같아요. 미국도 그렇고, 베트남을 가도 그렇고 어딜 가도 자녀가 태어난 다음에는 차이야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출산하기 전부터) 신경을 많이 쓰죠.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완충지대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는데 윤석열 새 정부에서 큰 방향이나 또 구체적으로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가 뭐가 될까요.
=아이가 더 태어나게 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게 뭐냐면 우리가 만들어놓은 사회제도와 정책들은 인수가 늘어날 때 맞춰진 제도와 정책들인데 이게 사람이 줄어들거나 인구 분포가 확 바뀌거나 다양성이 늘어나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냐죠.
어디부터 제대로 작동을 안 할 것인지를 예측해서 정책을 바꿔야 하거든요. 그것이 인구정책의 주된 대상이 돼야 해요.
-미래를 예측해 언제 제도를 바꿀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죠.
=그렇죠. 그게 더 중요한 질문이지, 복지가 좋아요 뭐가 좋아요 이렇게 얘기해버리면 끝이 없어요.
출산율이 확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개인적으로 자원이 많은 사람은 제도 안 바뀌어도 내가 잘 살면 돼요. 오히려 자원이 없고 취약한 분들이 그 피해는 다 입게 될 거예요. 하루빨리 더 필요한 인구정책을 예측해서 바꿔줘야 하는 게 윤석열 정부가 5년 동안 할 일이라는 거죠.
-인구 정책을 총괄할 부처나 기구가 따로 필요할까요.
=인구정책은 저희가 3초(超) 정책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어요. 초당적이어야 하고 또 두 번째는 초정부적이어야 하고 세 번째는 초부처적이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해줄 수 있으려면 부처가 새로 하나 나와도 좋겠지만 부처 하나로는 못 하거든요. 부처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조직이 있어야 할 거예요.
이것은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안되는데, 사실 지난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인구정책 본인이 챙긴다고 얘기하셨거든요.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도 대통령이 위원장이니까 사무처도 만들었고 그래서 나름 거버넌스 체계는 갖춰져 있었는데 대통령이 이후에는 인구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저출산이든 미래를 기획하는 것이든 부처가 움직일 게 없었죠. 이번 정부도 대통령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에 따라 달려있다고 봐요.
-대통령 의지만 강하면 거버넌스는 큰 문제가 없나요.
=기존 거버넌스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조정하는 기능은 없었기 때문에 그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기재부가 그런 것을 잘해야 하는데 기획을 안 하잖아요. 예산만 하지 기획은 안 하거든요.
-인구정책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한데 미흡했던 같아요.
=그렇죠. 보육 환경을 어떻게 바꾸겠다, 이런 게 있었지. 이게 정말 기획이거든요. 학령인구가 감소해서 대학까지 여파가 오고 있어요.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10년 전에 다 알고 있었어요.
대학에 입학할 아이들이 줄면 지방부터 사립대가 힘들어질 거란 경고가 있었는데 10년 전부터 교육부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학도 당장 닥친 일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 버렸죠.
닥치니까 '이게 문제구나' 이제 느끼게 되는 거예요. 그 상황에서 교육부가 낸 답이라는 게 일률적 정원 감축인데 정원 감축하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아닌 거예요.
사립대학은 운영의 70% 정도를 등록금으로 받고 있는데 등록금도 반값 등록금이 되면서 안 올랐잖아요. 대학 재정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대학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교수 안 뽑아요. 교수 월급도 줄여요. 그러면 학교는 점점 경쟁력이 없어지는 거죠.
-그럼 이럴 때는 '미래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래를 기획한다면 작년에 26만명 아이가 태어났고 그전에 27만명이 태어났다면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얼마인지는 예측을 할 수 있거든요. (가임기 여성이 규모를 통해 30후의 출생아 수를 예측할수 있다.)
그들이 대학에 들어갈때 즈음에 그들에게 맞는 형태의 교육은 뭐냐. 대학은 몇개가 필요한지 등을 기획해 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 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도 없고. 그래서 교육부가 그걸 붙잡고 할 수 없으니 누군가 해줘야 하고 대통령이 의지가 있으면 조직이 생겨서 해줘야죠. 하나의 부처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인수위에서는 연금 고갈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새 정부에서 추진할까요.
=대통령이 국회가서 말씀하셨던데. 정년 연장만으로 갈 수는 없고 노동개혁이 일어나야 해요. 연공서열이 이어지는데 정년 연장이 될 수 없거든요.
-연공 서열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처럼 나이들면 월급이 올라요, 이렇게 될 수는 없는 거죠. 그러면 청년들에게 계속 죽으라는 얘기인데. (한정된 사회자원 가운데 중장년층 이상 기성세대가 가져가는 부분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임금 피크제를 2년 뒤 3년 뒤로 미뤄라, 이런 것도 쉬운 것은 아니죠.
정년 연장이 그냥 필요한 게 아니라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하니까요. 연금 더 내고 덜 받으라고 하면 기분이 나쁠 거 아니에요. 더 좋은 방법은 더 일해서 더 내시고 덜 받는 기간을 줄이고 정년 연장과 같이 가야 한다는 거예요.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세대 일자리에 영향을 안 줄까요.
=이게 세대 공존형이 되려면 청년 노동시장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 같아서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지금은 70만명 태어났던 때 신생아들이 청년에 와있거든요. 대학도 80%가 나왔고요. 정년이 연장돼야 하는 시점은 청년의 숫자가 확 줄었을 때 (가능해요.)
2002년 이후로 한해 40만명 정도 태어났으니까 대학 진학률도 줄었거든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2030년쯤 그들이 노동시장에 들어올 때를 목표로 맞추면 될 거예요. (이때쯤이면 일하는 인구가 지금의 부산인구 만큼 줄어든 인구절병의 상황이라 정년연장이 청년 취업과 충돌하지 않을 것이란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그런데 이건 노동 경제하는 분들이 더 잘 알 테니까 저는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