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빚은 이수영의 '소리'

가수 이수영의 정규 10집 '소리'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17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렸다.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미니앨범이나 디지털 싱글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1999년 데뷔한 이수영은 거의 해마다 정규앨범을 냈다. 어느 해에는 정규앨범을 두 장 내기도 했다. '라라라' '휠릴리' '그레이스'(Grace) '얼마나 좋을까' '덩그러니' '아이 빌리브'(I Believe) '그리고 사랑해' '여전히 입술을 깨물죠' '스치듯 안녕' '굿바이'(Goodbye) 등 '이수영표 발라드'라고 불리는 오리엔탈 발라드 장르의 곡으로 사랑받았다.

2009년 정규 9집 '대즐'(Dazzle)을 발매하고 다음 정규앨범을 내기까지 13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 매년 새 앨범으로 대중을 찾았던 그였다. 앨범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하지만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늘 기회가 오는 건 아니었다. "13년 동안 가수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 제가 안 해봤을까요"라는 이수영의 말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가수'로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드는 회의를 단번에 보여주는 표현이다.

결과물을 세상에 내기까지는 13년이 걸렸지만, 이수영은 좋은 앨범을 만들고자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현재 소속사 뉴에라프로젝트를 만나고 나서 버는 돈의 일부를 떼어 적금을 들었다. 한동안은 0원일 때도 있었으나 꾸준히 모았다. 언젠가 탄생할 앨범의 제작비를 위해. 유수의 제작진과 함께하면서, 그저 좋은 곡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여덟 곡이 모였다. 그게 이번에 나온 정규 10집 '소리'(SORY)다.

17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이수영의 열 번째 정규앨범 '소리'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문 MC이자 방송인이며, 이수영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박경림이 사회를 봤다. 취재진 앞에서 첫인사를 하고자 무대에 선 이수영은 갑자기 감정이 올라온 듯 눈물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기자간담회 중간에도 그는 두어 차례 울컥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앨범을 만들었다는 감격스러움 때문이었을까. 그는 앨범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짚어 내려갔다.
 
이수영의 '소리' 콘셉트 사진.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앨범에 '소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관해, 이수영은 "제가 노래하는 사람이지만 그 이전 음반에서는 노래를 잘하려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그걸 요구받기도 했고. 그런데 이번에는 온전히 내 목소리가 어땠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이었고, '소리'라는 것에 집중하려고 했다. 나의 소리뿐 아니라 우리들의 소리를 담아야겠다 싶었다. 내 주변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소리까지도"라고 설명했다.

새 앨범 탄생까지 아주 많은 사람의 정성이 들어갔다. 이수영은 "(정규앨범을 내지 않았던) 13년 동안 저를 모르는 분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큰데, 감사하게도 저희 백승학 대표님이 강력하게 10집을 내야 한다고 정말 큰 힘을 주셨다. 대표님 사모님이 제 찐팬(진짜 팬)이셔서 여기(무대) 앞에 깐 꽃도 사모님이 손수 깔아주셨다. 팬들의 도움도 컸다"라고 말했다.

"일단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이수영은 권영찬 프로듀서를 만난 것은 "축복 중의 축복"이라고 밝혔다. '아, 내가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도 되나' 할 만큼 본인보다 본인 음악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후 "영원히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안예은, 김이나, 권순관, 정동환, 헨, 이진아, 김희원, Mogwa.c, 프롬, 박인영 등 다양한 음악가들도 이수영의 정규 10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악기 세션도 적극적으로 썼고, 마스터링에만 한 달 반을 할애했다.

타이틀곡은 안예은이 작사·작곡하고 권영찬이 편곡한 '천왕성'이다. 안예은과의 인연은 신기하게 맺게 됐다.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안예은 곡은 어떻게 받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는 그는 모르는 사이여서 어떻게 연락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천왕성'을 비롯해 총 8곡이 실렸다.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이수영은 "2주에 한 번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면서 예은씨가 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예은씨, 여기 좀 앉아보세요' 하면서 많은 얘기 나눴고, 다행히도 저의 음악을 듣고 자라기도 했고 굉장히 많이 분석했더라. 곡을 들었을 때 저는 (안예은이) 제 머릿속과 가슴속을 들어갔다 나온 줄 알았다. 제가 정확히 원하는 걸 표현해 주었고, 음악도 음악이지만 '천왕성'이라는 가사가 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천왕성은 얼음 행성이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처음엔 행성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존재감이 미미했는데, 그 자리에 오래 있었더니 누군가 알아봐 주었고 수천 번의 봄과 여름, 모든 걸 통과해서 한기가 느껴지는 이 삶 속에서 구원해 줄 누군가를 찾고 기다리겠다는 내용이다. 내가 너무 힘들었을 때 (안예은이) 내 옆에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찰떡같이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데모로 왔을 때는 (안예은의) 색채가 더 강했다"라며 "사운드가 좋은 스피커로 들으시면 (이 곡이) 굉장히 많은 소리를 담고 있다. 우주와 같은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 노력했고, 보컬은 멜로디가 주는 힘에 따라 제가 움직이면 됐다. 생각보다 심하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워낙 멜로디도 좋았고 그 멜로디를 편곡이 받쳐줘서 저는 그 위에서 놀면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 트랙 '작은 빗방울이 네 손끝에'는 나올 때까지 기다린 끝에 탄생한 곡이다. 이수영은 "권영찬 프로듀서 덕분에 저만의 소리, 잊고 있었던 소리를 찾았다"라고 소개했다. '사월에게'를 두고는 "4월 이전에 (앨범이) 나올 줄 알고 곡을 만들었는데…"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 그러면서 "담백하고, 누군가에게 한 번쯤 있었을 만한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는 발라드곡"이라고 전했다.

이수영의 정규 10집 '소리'는 정규 9집 '대즐' 이후 13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선공개곡 '덧'은 권영찬 PD와 그의 아내인 프롬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서, 제 목소리에 최적화된 멜로디와 스케일을 철저하게 계산해서 음악으로 만들어준 곡"이다. 가사는 작사가 김이나가 썼다. '알아가려 해'는 권순관이 작곡하고 김이나가 작사한 곡으로,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트링 편곡의 '베테랑' 박인영도 힘을 보탰다. 이수영은 "너무나 유려한 곡을 건졌다"라고 감탄했다.

'방문을 닫고'는 이수영이 사랑하는 또 다른 뮤지션 이진아의 곡이다. 이수영은 이진아를 "너무 예쁘고 아름답고 정말 세상의 티끌이라고는 하나도 안 묻었을 것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이진아가 준 수많은 곡 중 "어떻게든 소화해야겠다" 싶어 고른 곡이 '방문을 닫고'였다. '너 같은 사람'은 "그냥 불렀"는데도 "애절해진" 정통 발라드다. 마지막 트랙 '레인보우'(Rainbow)는 이수영이 직접 가사를 썼고 멜로망스 정동환이 작곡했다.

오랜 공백이 있었던 만큼 새 앨범을 가지고 나오는 데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수영은 "그게 참 고민이었다"라면서도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션이 저의 부족한 부분을 너무나 쏙쏙 채워주셔서 보컬로서, 목소리를 무기로 녹음했고 너무 즐거웠다"라고 답했다.

이수영이 환하게 웃는 모습.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이어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사실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뮤지션 후배님들 믿고 잘 따랐던 것 같다.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했더니 전 너무 즐거웠다"라고 밝혔다.

앨범 발매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콘서트다. '놀면 뭐하니?' '놀라운 토요일'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여러 예능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수영의 정규 10집 '소리'는 오늘(17일) 저녁 6시에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됐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