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호남 끌어안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소속 의원 전원 기념식 참석이라는 '물량공세'를 통해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직접 보여주면서 다가오는 6·1지방선거에서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동시에 약자와의 동행도 부각하며 '영남-시장경제'로 대표되는 보수당의 이미지탈피에 나섰다.
껄끄러운 역사 딛고 광주 총출동 '파격행보'
국민의힘 의원들은 18일 오전 서울역에서 KTX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 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속 의원과 장관, 수석 등 관계자 전원 참석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 정권에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형태로 진행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5·18 관련단체를 초청한 간담회 자리에서 "5·18 정신은 대한민국의 헌정을 수호하는 투쟁이자 희생이었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지난 2015년 5·18 전야제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회피 논란으로 물벼락과 항의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 김영삼계 민주동지회 인사기도 한 김 전 대표는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당과 광주 모두에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실제로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꼿꼿이 혼자 노래를 불렀다. 이후 4년 만에 보수당 대표로서 기념식을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소속 의원들의 '5·18 망언'으로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유족들이 황 대표의 입장을 막아서며 입구에서 기념식장까지 200m 거리를 이동하는 데 20분이 소요되는 소동이 있기도 했다.
이처럼 5·18과 '껄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던 국민의힘에게 의원 전원의 기념식 참석은 파격행보에 가깝다. 적극적인 호남 끌어안기로 국민 통합 행보에 나서는 한편 6·1 지방선거를 보름 앞두고 중도층의 지지율 견인 효과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보수 내에서 광주를 폄하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소속 의원 개개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번 광주행이 우리 당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서 의원들 중에는 광주에 가는 것을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에서 연설문에 '통합'이 없다고 비판하는데, 이보다 통합을 더 잘 보여주는 메시지가 어디에 있겠나. 이제는 반목의 시대를 넘어 통합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취약계층 목소리 들으며 '약자와의 동행' 나서
호남 껴안기 행보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취약계층을 상대로 현장간담회를 개최하며 사회적 약자의 의견청취에도 나섰다. 그 시작으로 국민의힘은 17일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 단가를 현실에 맞게 반영되게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중소기업의 고충을 적극 반영해 오는 6월 안에 하도급법 개정안을 낸다는 방침이다.그간 진보당이 비교적 더 신경을 써왔던 중소기업을 비롯한 취약계층 이슈를 국민의힘이 선점하는 모습 또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당이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 왔던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토론회 개최를 주도한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일각에서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시장에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국민의힘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앞장서는 게 맞다는 쪽으로 결국 공감대가 모아졌다"며 "권력은 원래 약자 편에 서야 한다.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는 '국민의힘이 변했다'는 모습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에 이어 취약계층으로 향하는 적극적인 외연 확장에 대한 당내 반응도 긍정적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원래 사회적 약자라는 타이틀이 우리 당의 정강정책에도 들어가 있는 큰 기조"라며 "가식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행보를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야당이었을 때는 아무리 활동을 해도 정책적으로 반영이 안 되니 관심이 덜 집중됐을 뿐 사실 쭉 해왔던 활동"이라면서도 "여당이 되니 그만큼 역할이 커졌고 논의가 정책집행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해 책임이 무겁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