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트위터 인수 '밀당'에 트럼프가 웃는다

머스크, 한달 내내 트위터 인수 추진하며 금액 등 두고 신경전 벌여
트위터 계정 영구 금지당한 트럼프, 트위터에 미련 못벌이고 소송전 벌이기도
머스크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 복귀 시사, 美언론 "트럼프, 트위터 포기하지 않을 것"

연합뉴스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 인수 추진 과정에 특유의 정신없는 '밀당'(밀고 당기기) 기술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14일 트위터 인수를 선언했만, 인수 금액을 놓고 막판까지 액수를 더 깎고 경영권은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머스크의 인수 전략 지켜보는 트럼프, 트위터에 미련 못버렸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가짜 계정과 스팸 문제를 지적하고 이사진들을 공격하면서 끊임없이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만들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트위터 스팸·가짜 계정이 사용자의 5% 미만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인수 거래를 보류한다"며 돌연 협상을 중지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엔 이미 정해진 56조원의 인수 가격에 대해 "조정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노골적으로 가격을 깎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모든 밀당의 과정에 '돈'이 연관돼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트위터 인수를 목전에 두고 머스크가 밀당을 벌이는 사이, 여기에 '감놔라, 배놔라'하며 참견하는 이가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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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8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늘였던 트럼프는 지난해 1월 '계정 영구 정지'를 당한 뒤로 대안 찾기에 골몰했다. 주류에서 쫓겨나자 트럼프가 직접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라는 SNS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행태에는 트위터에 대한 미련이 뚝뚝 묻어있다. 겉으로는 "계정이 풀려도 돌아가지 않고, 트루스 소셜에 머물 것"(폭스 인터뷰)이라고 말했지만, 물밑에선 샌프란시스코 지방 법원에 트위터 계정을 살리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그의 많은 정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트위터를 활용한 엄청난 대중 선전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도 트럼프의 미련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영구 계정 정지는 바보같은 짓"이었다며 자신이 인수하면 계정을 복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심지어 머스크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배경에 트럼프의 권유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태다.

머스크의 밀당에 웃는 건 트럼프, 위기에 처한 SNS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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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즉흥적인 스타일 상 트위터 인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웃고 있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정치적으로 너무 좌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머스크가 트위터의 인수를 잠정 보류한다며 '밀당' 기술을 시전할 때마다,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관련 주들이 폭등하면서 트럼프가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대중들은 착잡하게 지켜보고 있다. 세계 몇 안되는 부호들이 공론장을 장악하면서 혐오와 거짓, 정치 선동을 부추길 위험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WP)는 트위터가 평범한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만든 안전장치를 머스크가 해제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트위터가 여성과 성 소수자(LGBTQ), 아시안·흑인 같은 유색인종 등 취약한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머스크의 지배 아래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캐라 얼라이모 호프스트라대학 로런스허버트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부교수는 "머스크의 인수가 트위터의 수명이 다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지도 모른다"며 "트위터를 이탈하는 첫 번째 집단은 희생자 쪽인 여성과 유색인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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