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루나·테라USD(UST)의 폭락으로 50조원 넘는 자산이 증발하면서 투자 피해자들의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빚투'로 전재산을 잃었다고 알려온 30대 A씨는 17일 CBS노컷뉴스에 "루나 코인에 4천만원을 빚내서 투자했지만 현재 잔액은 0원이 됐다"면서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아 현재 이자만 7%가 나가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며 1여년의 시간을 투자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A씨는 불확실성이 큰 가상화폐를 투자처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코인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는 시장에 대한 믿음이 컸다"고 했다.
이어 "루나에 예치만 하면 연 최대 20% 이자를 준다는 말이 솔깃했다"면서 "이렇게 한순간에 모든걸 잃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새로운 직장을 구해 빚을 갚기 위한 고군분투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BJ인 C씨도 '-10억 비트코인. 현물 청산 2만원 남음'이라는 제목으로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불과 이틀 전까진 4억 5천만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2만원이 남았다"며 총평가수익률 -99% 내역이 보이는 화면을 띄어놨다.
그러나 지난 7일 테라 가격이 갑자기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디페깅' 현상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루나 가격도 급락했다. 이후 시장에선 루나 투매가 벌어져 루나 가격이 일주일 사이 99% 이상 폭락했다.
코인 전문가 블리츠랩스 김동환 이사는 17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UST는 스테이블 코인이니깐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달러랑 똑같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3년 정도 유지가 됐고 달러로 연 20% 받는 금융상품이 있다면 누구나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봤다.
김 이사는 "20%씩 이자를 주고 있는데 사람들이 어느날 '무슨 돈으로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올해 3월부터는 지속 가능하냐는 의문이 생겼다"며 "시장에서 일시에 많은 UST가 매도되면서 충격을 주니까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테라 대표 조롱 '밈 코인' 등장…또 다른 피해 속출 우려도
17일 '도권(권도형 대표의 영어 이름)닷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도권 토큰(암호화폐)' 발행 계획이 올라와있다.
'도권토큰' 관계자는 "해당 토큰은 루나 투자 희생자들을 보상하고,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어 "루나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면서 "투자자들을 돕는 이번 '밈 프로젝트'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백서에 따르면 해당 토큰의 유통량은 10억개, 이 중 10%는 피해를 본 루나 투자자들을 위해 에어드랍될 예정이다.
'밈'은 온라인 공간에서 유행해 널리 퍼지는 패러디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뜻하며, 가상화폐 시장에서의 '밈 코인'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코인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밈 프로젝트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은 뒤 잠적하는 사례가 있어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5월 '도지코인'을 본떠 등장한 '진돗개코인'(진도지코인) 개발자가 출시 하루만에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물량의 15%를 한 번에 매도한 뒤 잠적한 사례도 있다.
루나·테라 창업자 이름을 딴 토큰 소식이 전해진 뒤 각종 가상화폐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도권토큰 발행, 참 무서운 세상이네요"라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에 누리꾼들은 "어떻게든 또 사기 치려고 한다", "안타깝긴 한데 웃음만 나온다", "저렇게 눈에 딱 보이는 사기에 또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벼룩에 간, 쓸개까지 탈탈 먹으려고 하나"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권 대표는 테라 블록체인을 부활시키기 위해 또 다른 블록체인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실패한 테라USD 코인을 없애고 테라 블록체인의 코드를 복사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