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테니스 최초 역사는 무산됐지만' 나란히 2관왕 오른 선후배

홍성찬이 17일 제1회 대한테니스협회장배 전국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소속팀 선배 남지성을 상대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양구=협회

제1회 대한테니스협회장배 전국 대회 남녀 단식 결승전이 열린 17일 강원도 양구 테니스 파크. 이날 결승은 같은 소속팀 선후배가 맞붙은 흥미로운 대진이 성사됐다. 남자부 남지성-홍성찬(이상 세종시청), 여자부 이은혜-백다연(이상 NH농협은행)이 격돌했다.

특히 남자부 남지성(29)은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국내 대회 최초의 개인 3관왕이다. 앞서 남지성은 홍성찬과 남자 복식을, 최지희(NH농협은행)와 혼합 복식에서 우승했다.

만약 단식에서도 우승하면 3관왕 달성이었다. 대한테니스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회 개인 3관왕은 최초다. 단식과 복식, 혼복까지 우승하려면 엄청난 체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당시 유진선 현 의정부시청 감독이 4관왕에 오른 적은 있다. 남자 단식과 복식, 혼복,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따냈다. 다만 당시는 홈 이점의 혜택을 적잖게 입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테니스는 단 1개의 메달을 따내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홍성찬(25)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홍성찬은 이날 결승에서 탄탄한 백 핸드 스트로크와 특유의 빠른 발로 넓은 커버력을 과시했다.

홍성찬을 상대로 백 핸드 스트로크를 펼치는 남지성. 양구=협회

남지성도 송민규(KDB산업은행)와 호주오픈 2회 연속 본선 승리를 거둔 복식 전문답게 네트로 전진해 발리로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홍성찬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펼치며 짧은 발리를 받아 넘겼다.

홍성찬은 1세트를 7 대 5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남지성도 2세트를 타이 브레이크로 몰고 갔지만 홍성찬의 활동량을 넘지 못했다. 짧은 발리와 로브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했지만 홍성찬이 버텨내며 이겨냈다.

결국 홍성찬이 2 대 0(7-5 7-6<4>) 승리를 거뒀다. 둘은 사이좋게 2관왕이 됐다. 홍성찬은 남자 단식과 복식을, 남지성은 복식 2개 부문을 제패했다. 홍성찬은 국내 최대 규모로 펼쳐진 협회장배 단식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경기 후 홍성찬은 "1회 협회장배 우승이라 많은 의미가 있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성이 형이 우승하면 최초의 3관왕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면서 "지성이 형과 어제도 밥 같이 먹고 평소처럼 지냈는데 워낙 형이 착하고 동생들 챙겨주시는데 똑같이 경기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5살 연상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홍성찬은 "아내가 대학 때 방황하던 나를 잡아줬다"면서 "아이는 아직 없지만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계속 우승하고 싶다"면서 "이제 아내한테 달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자부에서는 백다연이 이은혜를 2 대 1(6-1 5-7 6-3)으로 눌렀다. 실업 2년째인 백다연은 실업 무대 첫 단식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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