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일주일을 맞은 가운데 과거 정권들에 비해 소통 방식이 확연히 바뀌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구중궁궐이나 다름없는 청와대에서 나오며 출‧퇴근 과정에서 언론과 소통하는 동시에 주말 시장 나들이 등을 통해 대통령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퇴근 과정서 소통하는 대통령…권위주의 탈피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집무실'을 공약했지만 당선 직후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용산 집무실'로 선회했다. 당초 공약 파기 논란이 일면서 '용산 이전'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셌지만, 지난 10일 공식 취임 후엔 부정적인 기류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관저로 사용할 외교부 장관 공관 수리 기간 동안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로 출‧퇴근을 선택했는데, 대통령의 출‧퇴근 과정이 언론에 공개되며 관심이 커지고 있다.취임 다음날인 지난 11일 윤 대통령은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취임사에서 통합 메시지가 빠졌다'는 질문에 대해 "통합이란 것은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지난 12일에도 첫 국무회의를 앞두고 일부 장관들의 추가 임명 가능성을 묻자 "글쎄 지금 출근해서, 챙겨보겠다"고 말하며 취재진과 실시간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청와대라는 아방궁에서 근무하면 시민들은 대통령의 출퇴근하는 모습을 알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이 권위주의로 물든 폐쇄적인 공간에서 근무하지 않고 미국 백악관처럼 실무진과 같은 층에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실 '깜짝' 방문도…"언론과 수시로 소통"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의 접촉면도 넓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내부 기자실(국민소통관)을 깜짝 방문, 취재진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새로 마련된 기자실을 둘러보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곳이 소통관(국회 기자실)보다 좀 좁은 것 같다"며 브리핑룸에 마련된 의자에 직접 앉아본 후 "내가 앉으니 작네"라고 언급해 좌중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기존 청와대에선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춘추관)이 건물 자체가 분리된 상태라, 취재진의 접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물론 전임 문재인 정권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기면서 대통령과 참모들의 거리가 이전 정권에 비해 가까워진 측면도 있었지만, 취재진과의 거리는 해결되지 않았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와대 춘추관은 대통령과 소통이 차단된 불통의 공간이었다"며 "윤 대통령은 출퇴근 시간에 마주칠 수 있는 길목에 기자실을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참모들에게 점심시간을 이용해 각계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과 충분히 만나고 대화하면서 소통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너무 위축되고 갇혀 있으면 세상 민심과 유리되니 수석이나 비서관들은 바깥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얘기도 듣고 부지런히 다녀라. 그게 다 국정에 도움이 되는 거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 떡볶이 사고, 백화점서 구두 구입…대통령 부부 주말 일상
대통령 부부가 일반 시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일상을 보내는 모습도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지난 14일 김 여사와 함께 백화점에서 구두를 산 후 광장시장을 방문해 떡볶이와 순대등을 구입하는 등 시민들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정을 참모진에게도 사전에 알리지 않고 최소한 경호 인력으로만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찍은 시민들의 사진이 게재되자, 대통령실은 뒤늦게 입장문을 통해 해당 일정을 설명했다.일각에선 경호 인력과 교통 통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같은 동선이 자칫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이 '민생 행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경호 인력을 이끌고 일회성으로 시장을 방문하거나 인위적으로 연출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 설명이다. 대통령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주말 일정은 '민생 행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일반 시민 속에 들어간 대통령의 모습"이라며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이런 소탈한 행보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