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발목잡기…野, 지선 코앞인데 '부정 키워드' 한가득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본회의장을 퇴장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6.1 지방선거가 채 2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새정부 출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반면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대선 패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양새다.

대선 직후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입법독주'라는 비판이 여전한 상황에서 다시금 고질적인 '성비위' 사건이 터져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여기다 민주당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면서 국민의힘이 쳐놓은 '발목잡기' 프레임에 걸려든 형국이다.

국민의힘↑, 민주당↓…커지는 지지율 격차

최근 국민의힘의 상승세와 민주당의 하락세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지난 9~13일 전국 18세 이상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p)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48.1%, 더불어민주당이 37.8%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첫째주 정례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은 39.9%, 민주당은 40.4%로 소폭이지만 민주당이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만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도 국민의힘은 46.0%, 더불어민주당은 33%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4월 1째주 해당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1.2%, 더불어민주당은 34.1%를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양당의 지지율이 엇비슷하거나 민주당이 소폭 앞섰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반면, 민주당은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지율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 기간 국민의힘의 경우 당내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전후한 새정부 출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민주당은 검수완박 강행처리, 박완주 의원 성비위 사건, 국무총리 인준 거부를 비롯한 발목잡기 프레임 등 여론에 부정적인 이슈들이 쌓여왔다.

검수완박 여파 가시기도 전에 또 터진 성비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왼쪽)·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저녁 국회 당대표실에서 성 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반성이나 쇄신 보다는 강경파가 주도하는 강공 드라이브를 걸며 여권에 다수당의 힘을 과시해 왔다.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가 대표적으로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은 차치하더라도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는 각종 꼼수를 동원하며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당시 당내에서조차 "지방선거는 포기했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강성지지층을 등에 업은 강경파의 일사분란한 지휘 하에 묻혀 버렸다. 결국 편법 사보임과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동원하며 민주당은 입법독주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런데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인 지난 12일, 전임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3선 중진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이 터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잇따라 불거진 성비위 사건이 지난해 4.7 재보선 참패로 귀결된데 이어 이번 대선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을 감안하며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다시금 대형 참사가 터졌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여당은 새정부 출범에 허니문 기간에 치러지는 선거다 보니 호재가 계속 있지만 야당은 호재는 없고 성비위 같은 악재만 쌓이고 있다"면서 "아직 좀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여론추이를 보면 이런 악재들이 조금씩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말 어려운 국면"이라며 "우선 박완주 의원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하고, 국민들이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발목잡기 프레임에 걸린 총리 인준안…당내 의견 분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결재'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딜레마 상황이다. 호남 출신인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민주당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물이다. 윤 대통령 측은 내정 당시부터 그의 이런 경력을 들어 '협치 인사'라고 명명하며 인준 거부를 대비한 '발목잡기' 프레임도 걸어놨다.

이후 검증 과정에서 한 후보자가 김앤장으로부터 고액 연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그에게 '부적격' 꼬리표를 붙였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고액 연봉 논란 보다는 민주당 정부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정부에서도 중용된 그의 '카멜레온 처세술'이 내심 더 못마땅한 모양새다. 다만, 한 후보자의 인준을 계속 미룰 경우 발목잡기 프레임에 더욱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상임고문이 지방선거 전면에 나선 것을 계기로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후보자 인준에 동의하자는 온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 총리와 부적격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데 대한 평가는 국민을 믿고 국민에게 맡기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재명계를 등에 업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15일 방송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지만 인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고문이 전면에 나선 마당에 한 후보자 인준을 계속 미룰 경우 지방선거에서 불리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의원은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후보자가 부적격 후보라는데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한 중진 의원 역시 "한 후보자 인준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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