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르면 5월 말 검찰 인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위해 검찰인사위원회(검찰인사위)에 출석해야 하는 대검찰청 차장검사 '원포인트'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총장 후보군 범위가 워낙 넓은 가운데 대검 차장이 될 사람이 강력한 총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 후보자 취임 후 이른 시일 내에 검찰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시행되는 9월 이전까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주요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서다. 먼저 사의를 표명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대신해 검찰총장부터 뽑아야 하지만, 고위급·중간간부 인사부터 먼저 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검찰총장을 뽑기 위해선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검찰 인사를 위해서는 검찰인사위를 열어야 한다. 검사의 임용, 전보에 관한 원칙·기준 등을 논의하는 기구로 △검사 3명 △법원행정처장 추천 판사 2명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 변호사 2명 △한국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추천 법학 교수 2명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않은 적격자 2명으로 구성된다. 이때 검사 3명 가운데 대검 차장검사가 들어간다.
하지만 현재 박성진 대검 차장은 사표를 낸 상황이다.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에서 총장과 차장을 포함한 모든 고검장들이 사표를 냈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려를 했다. 하지만 박 차장은 다시 한 번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사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대검 차장만 임명하는'원포인트' 인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의 고검장 가운데 인사를 단행하거나 검사장급에서 대검 차장검사를 새롭게 임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모든 고검장들이 사표를 냈다가 반려된 후 다시 사표를 던졌지만 여환섭(54·24기) 대전고검장과 조종태(55·25기) 광주고검장이 다시 사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검 고위 간부는 "두 분의 경우 사표를 냈으면 가장 먼저 냈을 사람들인데 다시 안 냈다고 해서 다들 의아해하긴 했다"고 말했다. 지검장들 가운데는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사장들의 여론을 주도한 김후곤(57·25기) 대구지검장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검사가 동시에 공석일 때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적이 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의 불법 자금 수사 도중 서거하자 임채진 총장과 문성우 차장이 사표를 냈다. 이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직후 사퇴해 지휘부 공백 사태가 불거지자, 차동민 당시 수원지검장을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하는 인사를 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 날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도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김주현 차장검사도 얼마 있지 않아 사표를 내자, 봉욱 당시 동부지검장이 원포인트로 대검 차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총장 후보로는 이같은 대검 차장 후보군을 포함해 대표적 '윤석열 사단'들까지 함께 거론된다. 이두봉(58·25기) 인천지검장과 박찬호(56·26기) 광주지검장, 이원석(53·27기) 제주지검장 등이다. 법무부장관의 사법연수원 기수가 27기로 확 내려간 만큼 후보군의 폭이 넓다. 다만 너무 낮은 기수의 검찰총장이 될 경우 윗 기수가 모두 옷을 벗는 관례가 있는 만큼, 검찰총장 기수까지 너무 내리는 건 부담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검찰 인사가 빠르게 진행 되는 것은 멈췄던 수사가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검찰 인사와 관련해 "능력과 실력, 그리고 공정에 대한 의지만을 기준으로 형평에 맞는 인사를 통해 검사를 위한 인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인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대검 고위 간부는 "예전처럼 인사를 앞두고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주요 사건 수사 속도전을 시사했다.
한편 한 후보자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직업(검사)이 좋았다. 생활인으로, 직장인으로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어서였다"면서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다른 것은 다 지워버리고 그것만 생각했다. 그런 사건에 따르는 상수인 외압이나 부탁 같은 것에 흔들린 적 없었다"고 적었다.
한 후보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자기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오는 16일까지 한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16일을 넘기면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빠른 시간 내에 한 후보자를 임명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