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속출함에 따른 방역 협력을 위한 실무접촉 제의를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면서도 시기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15일 기자단에 보낸 문자공지에서 "북한 내 코로나 확산 상황 및 신속한 대응 필요성 등을 감안하여, 북한의 코로나 방역 노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북측에 관련한 제의를 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3일 오후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백신 지원을 위해 실무접촉 제의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죠. 기본적으로 통일부 라인으로 해 가지고"라고 밝힌 바 있다.
실무접촉 채널은 통일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이 될 전망이다. 다만 명의를 통일부로 할지, 또는 민간 적십자로 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를 하는 중이다.
앞서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5월 13일 저녁부터 14일 18시까지 전국적으로 29만 6180여명의 유열자(발열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25만 2400여명이 완쾌되였으며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월 말부터 5월 14일 18시 현재까지 발생한 전국적인 유열자총수는 82만 620여명이며 그 중 49만 6030여명이 완쾌되고 32만 455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고, 전체 사망자는 42명이다. 검사 등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확진자'가 아니라 '유열환자'인 점을 감안해도 빠른 확산세다.
북한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는 폐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꿀을 먹거나 소금물로 입가심을 하고,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요법을 대응책이랍시고 발표해, 열악한 의료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백신 접종률이 낮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되고 곧바로 전 세계로 확산됐듯, 북한에서 또다른 변이라도 만들어진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당 정치국협의회에서 "현 상황이 지역 간 통제 불능한 전파가 아니라 봉쇄 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상황"이라면서 "대부분의 병경과(진행) 과정이 순조로운 데서도 알수 있는 바와 같이 악성전염병을 능히 최단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는 신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의료 인프라가 워낙 열악해 자력 대응으로 한계가 있겠다는 분석이 중론으로, 김 위원장도 "중국 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고 밝혀 협력 가능성은 열어 놨다.
북한 체제 특성상 물자만 있다면 백신 접종은 강제로 시킬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감염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이고 마스크조차 덴탈 마스크 또는 천 마스크가 대부분으로, 과연 백신을 접종할 겨를은 있겠냐는 쪽에 더 가깝다.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백신도 고질적인 전력난 등으로 지원하기 어렵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3일 "2021년 5월 방미하여 미 측에 백신 6천만 도즈를 COVAX를 경유하는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고, 그 뒤 UN과 교황청에서 6천만 도즈 인도적 지원이 거론됐지만 공식적인 제안이 없어 주UN북한 관계자의 긍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었다. 여기서 말하는 백신은 가장 효과가 좋고 영하 20도 정도에서도 보관이 가능한 모더나 백신으로 알려졌다.
백신 외에도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와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자가진단 키트와 PCR 검사 키트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유엔 대북제재도 인도적 차원 지원은 면제 대상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연기하고 아시안컵 개최를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국에만 의존해 현재 방역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면 위기 극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진정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하려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개선했듯, 7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계획을 중단하고 방역 지원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한국 단독이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인도 등과 공동으로 백신과 치료제, 검사 키트, 중증환자 치료 시설 등 제공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북한도 한국으로부터만 방역 지원을 받는 것보다 공동 지원에 부담을 덜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