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이었는데 행복해요"…스승의날 맞은 만학도들

일성여중·고, 감사 행사…"대학 공부도 하고 싶어요"


"저희가 혹여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은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두 번 세 번 반복해 설명해주실 땐 저절로 고개가 숙어졌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3반에서는 중년의 학생들이 스승의날을 하루 앞두고 손아래인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사은회가 열렸다.

일성여중·고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평균 6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각각 2년제의 학력 인정 평생 학교다.

이날 학생들은 색색의 풍선과 리본으로 교실을 꾸몄다. 칠판에는 '강길화 선생님 짱! 멋진 오빠',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적은 플래카드도 달았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머리는 희끗희끗해진 학생들은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스승의날' 노래를 불렀다. 감정에 북받치는 듯 훌쩍이며 손수건에 얼굴을 묻는 사람도 있었다.

학생들은 "늘 우리 곁에서 가르쳐주셔서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됐다"며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훌륭하게 성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강길화(49) 선생님은 "민망하다"고 웃으며 "제가 혹시라도 잘못 지도하고 있진 않나 반성하는 날로 생각하고 있다. 공부하려면 몸과 머리가 아플 텐데 잘해주고 계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공부는 재미있게, 학교는 즐겁게, 인생은 행복하게 살자"고 학생들을 응원했다. 만학의 학생들도 따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행사 도중 눈물을 훔치던 윤모(73) 씨는 "옛날에는 여자들이 더하기 빼기와 이름만 쓸 줄 알면 된다고 해서 초등학교만 간신히 나왔다"며 "평생 한으로 여태까지 살다가 이제야 공부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새삼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같은 반인 60대 최모 씨는 "내년 2월 졸업인데 떠나기가 싫고 선생님들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며 "스승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능력이 닿는 한 대학에도 꼭 가고 싶다"며 "마음에 상처가 있는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봉사와 관련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일성여중·고는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을 초청해 진로 상담 특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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