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위기관리 시험대에 오른 北 김정은 "건국 이래 대동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최대비상방역체계의 가동실태를 점검하고 정치실무적 대책들을 보강하기 위해 1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협의회를 소집했다고 북한 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정치문제이다. 수령의 최대 치적으로 제시된 북한 인민들의 생명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산 전파가 거세게 전개됨에 따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기관리능력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北 코로나 상황 얼마나 심각한가?

북한의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당 정치국에 한 보고에 따르면 13일 현재 전국적으로 17만 4440명의 '유열자'(발열환자)가 발생했고, 21명이 사망했다.
 
12일에 1만 8천여 명의 발열환자가 발생했음을 감안할 때 발열환자가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말부터 5월 13일까지 발생한 발열환자는 52만 4440여명으로, 이중 28만 810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총 사망자는 27명이다.
 
치료를 받고 있다는 28만여 명의 발열환자는 사실상 대부분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감염자로 추정된다.
 

北 통제 가능 평가…열악한 의료체계로 조만간 한계 맞을 듯

코로나19 확산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지역 내 전파에 머물고 있고, 발열환자의 치료도 순조롭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14일 열린 당 정치국 협의회에서 "현 상황이 지역 간 통제 불능한 전파가 아니라 봉쇄 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상황"이라면서 "대부분의 병경과(진행) 과정이 순조로운 데서도 알수 있는바와 같이 악성전염병을 능히 최단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는 신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체계, 백신을 맞은 적이 없어 면역력이 취약한 북한 주민들의 상태를 감안할 때,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에서 이번에 발병한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BA.2'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50%가량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북한이 전국의 시·군을 모두 봉쇄하고, 비상 의약품을 풀고 있다고는 하지만 확산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치료제일 리 없는 단순 비상의약품도 발열환자가 폭증하면 머지않아 고갈된다.
 

김정은 "건국 이래의 대 동란"…방역허점 비판

김 위원장이 "이 악성전염병의 전파가 건국이래의 대 동란이라고 말 할 수 있다"고 한 것은 현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이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발병에 대해 '방역체계에 허점이 있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전파 확산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세워놓은 방역 체계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질타했고, 14일 당 정치국협의회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보건위기는 방역사업에서의 당 조직들의 무능과 무책임, 무 역할에도 기인 한다"고 비판했다.
 
이틀 전 당 정치국이 "세계적으로 각종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늘어나는 보건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방역부문의 무경각과 해이, 무책임과 무능"을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망자 대거 발생하면 김정은 리더십 훼손 가능성

그러나 김 위원장이 방역체계의 허점을 비판하기에 지금은 다소 멋쩍은 상황이다. 오미크론이 수령의 통치 정당성과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한 4월 25일 조선인민군 창설 90주년 열병식 등 대규모 군중집회를 계기로 확산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4월 25일) 기념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열병식 직후 참가자 등과 여러 차례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후에도 열병식 카드섹션 등에 참여한 수 만 명의 청년들을 평양으로 다시 불러 모아 대규모 사진 촬영을 이어갔다. 이 때 김 위원장은 물론 사진을 찍은 수만 명의 청년들은 모두 노 마스크였다.
 
앞으로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산 전파에 따라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다면, 이는 주민들의 동요 속에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인민들의 생명 안전을 사수하는 방역대전"에서 승리한 코로나 청정국가임를 자랑해왔는데,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면 '인민들의 생명안전 보장'이라는 수령의 치적이 결정적으로 훼손되기 때문이다.
 

시험대에 오른 김정은 "시련 앞에서 영도적 역할 검증받을 시각"

김 위원장은 이번 정치국 협의회에서 "우리 당 중앙이 역사의 시련 앞에서 다시 한 번 자기의 영도적 역할을 검증받을 시각이 왔다"고 말했다.
 
영도적 역할을 검증받을 시각이라는 대목은 김 위원장 자신도 코로나19 사태 조기 수습이라는 위기관리의 중요 시험대에 올라섰음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인가, 우리가 누구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워야 하는가를 더 깊이 자각할 때"이고, "우리 당은 자기의 중대한 책무 앞에 용감히 나설 것이며 무한한 충실성과 헌신으로 조국과 인민의 안전과 안녕을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현 국면을 대하는 긴장감마저 느끼기 한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협의회에서 "어렵고 힘든 세대에 보내 달라"며, "가정에서 준비한 상비약품들을 본부당위원회에 바친다"고 했는데, 이는 자신의 상비약품을 인민들에게 내놓은 것으로, 코로나 공포 속에 놓인 인민들의 동요를 막고 '일심 단결'을 촉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전격 방문했다. 연합뉴스

 

금은화·버드나무 잎 달여 먹기 등 민간요법으로 극복 불가능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전 주민의 백신 접종과 위중증 환자 치료제 등 선진적인 보건의료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극복이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이 고수해온 자력갱생 방식의 방역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북한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발열환자 치료법으로 금은화와 버드나무잎 달여 먹기, 우황청심환 복용, 소금물로 헹구기, 각종 민간요법 등을 소개한 것은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정은, 중국 지원 요청 가능성은 열어 놔

김 위원장은 다만 "중국 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고 밝혀,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놨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 식 대응을 고수하느냐,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느냐를 놓고 고민이 커질 것"이라며, "딜레마에 봉착한 김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코로나 19 출구전략을 보여줄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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