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강 후보의 완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애초부터 강 후보의 목표는 '경기도지사'가 아니라 '정치적 실리 챙기기'라는 분석이다.
재기 노린 강용석 '단일화카드' 부각…중도이탈 우려도
1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강 후보는 지난달 4일 출마선언 직후 5% 미만이었던 여론조사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2일 KBS 토론회에서는 두 유력주자를 '김남매'로 싸잡아 공격하며 각종 도내 현안과 공약에 대해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3파전 양상을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박빙인 상황에서 강 후보가 '캐스팅보터'이자 보수 단일화 대상으로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토론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후보는 "어부지리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게는 하지 않겠다"며 "결국 단일화는 김은혜 후보에게 달려있다"고 결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앞서 강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후보 확정 후 김은혜가 김동연을 상대해 도민들께 보여준 건 질 게 뻔하다는 사실"이라며 "이길 후보는 강용석 뿐"이라고 보수 대표선수를 자청한 바 있다.
그와 함께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세의 대표도 "경기도를 되찾기 위해 무조건 강용석과 힘을 합쳐야 한다"며 "양보만 원하는 교만한 태도는 도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이들은 △양자 TV토론 3회 실시 △소속 정당 표기 없는 여론조사 수용 △패자는 승자의 선거운동 적극 참여 등 구체적인 단일화 조건까지 내건 상태다.
이처럼 강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적인 것을 두고, 과거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논란 등으로 정계에서 밀려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다지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강 후보)이 단일 후보가 되길 바라는 것처럼 조건을 제시했지만, 그보다는 재입당과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가 더 짙게 느껴진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일화 효과에 대해서는 "강 후보가 쥐고 있는 강성 보수층 표심을 끌어 모을 수는 있겠지만 되레 비호감 이미지로 인해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도 13일 KBS 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출연해 "강 후보는 경기지사 당선보다는 복당과 같은 정치적 조건 때문에 선거에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의힘의 강 후보 복당 불허 입장과 가로세로연구소의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성접대 의혹 제기, 단일화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역시 "김은혜 후보와 강용석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은 '결국 단일화 할 것이다'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지 남긴 김은혜, 尹까지 나서…단일화 무게↑
김 후보는 그동안 '표가 아쉬워도 선을 지키는 게 나의 정치철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단일화에 거리를 둬왔다. "단일화 언급 자체가 온당한 자세가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강 후보가 극우의 편에서 무분별한 폭로와 의혹 제기를 하며 물의를 일으켜온 것으로 인해, 자칫 단일화 이후 중도층을 잃을 수 있다는 염려가 전제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경기도민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그 시선을 따라갈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기존보다는 다소 전향적인 태도로 바뀐 것.
강 후보의 일방적 단일화 촉구 분위기에서 김 후보 측도 함께 가능성을 열어두는 양상으로 전환된 셈이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대선 연장전으로 여겨지는 만큼,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강 후보는 지난주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김동연 후보랑 싸워야지 왜 김은혜를 공격하느냐"는 중재전화를 받은 사실을 언론에 털어놓기도 했다.
두 보수 후보들 사이의 교통정리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챙길 정도로 관심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시에 윤심을 업은 김 후보에게는 대통령의 단일화 촉구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전체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박빙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여권이 가진 카드가 많다"며 "어떤 방식과 조건을 내서라도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고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소위 윤핵관들이 강 후보와 앙숙인 이준석 대표를 빼고 '단일화 직거래'를 할 수 있다"며 "강 후보 본인도 윤 대통령 측과 직통하려는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단일화 시점과 방식에 대해 이 평론가는 "선거 막판, 강 후보가 자진 사퇴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무릎 꿇는 방식이 아닌, 존재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막판 단일화, 판세 '촉각'…김동연 전략은?
당장은 경쟁자들의 단일화 여부에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판세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는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후보 측 관계자는 "상대 후보들 단일화에 의견을 내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단일화가 이뤄지면 그에 맞춰 대응하면 된다. 지금은 추이를 지켜볼 뿐이다"라고 말했다.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가 크든 작든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단 강 후보의 극우·비호감 이미지에 따라 김은혜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상존하는 만큼, 김동연 후보 입장에서는 해당 표심을 집중 공략하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엄 소장은 "박빙인 구도에서 단일화가 김동연 후보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김동연식 정치를 보여줘야 하는데 민주당 색채를 강하게 입히느라 중도 확장 기능이 다소 훼손된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 평론가 역시 "단일화 국면의 혼란스러운 틈에 중도 지지율을 끌어올려 큰 차이로 치고나가야 단일화 컨벤션효과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