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한전…역대급 적자에도 전기료 인상은 '난망'

작년 5.8조원 이어 올 1분기 7.8조원 적자
원유·천연가스 등 원가 급등 영향
새 정부, 전기요금 인상 단행하나

국제유가와 한국전력 영업손익(연결기준) 추이.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공사가 1분기에만 7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역대급 적자를 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으로 인한 고유가 국면에서 원가가 상승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우선해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적자 폭이 급격히 커졌다.
   
대선 당시엔 원자력 비중을 높이는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고 공약한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 검토 기간 중 전기요금 인상 방향으로 사실상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이미 국내외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더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전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7조 7869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적자전환했다고 13일 잠정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에 한전은 565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 1분기 매출은 16조 46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5조 9259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손실이 증가한 것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이 전기를 사올 때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단가(SMP)는 지난달 킬로와트시(kWh)당 202.11원(육지·제주 통합)으로 사상 처음 200원을 돌파했다. 한전이 가정 등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력 단가는 110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을 우려하며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연료비 조정단가를 '0'원으로 동결했다.

연합뉴스
 
원가는 급격히 오르는 데 판매가격은 멈추면서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5조 8601억 원)보다도 2조원 가까이 많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료비는 7조 6484억 원, 전력구입비는 10조 5827억 원으로 각각 92.8%, 111.7% 급등했다. 한전의 영업비용 중 85%가 전력구입비에 해당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한전의 비용 상승을 지적하며 원전 발전량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는 원칙을 정하겠다며 사실상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또 전기요금 체계를 담당하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전기요금이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결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장 새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미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더해야 하는데다 6월 지방선거고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분기당 최대 인상폭은 3원이다. 올해 들어서만 프랑스는 24.3%, 영국 54%, 이탈리아 55% 등으로 전기요금을 올린 점을 고려하면, 소폭 인상으로 계속 오르는 원가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전은 '팔 수 있는 것은 다 판다'는 기조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보유 부동산은 물론이고 출자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을 제외한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해외 사업장도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출자지분 매각과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투자여력이 없으니 기존 투자했던 지분들을 매각하겠다는 취지"라며 "발전자회사 등 지분 매각 대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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