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시공단, 타워크레인 철수 검토…장기戰 대비 포석

공사 중단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해법 못 찾고 오리무중

업계에 따르면 시공단은 다음 달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국내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중단된지 한 달이 가까워오고 있지만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공사가 전면 중단된 데 이어 시공단은 다음 달 타워크레인 철수도 검토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단은 다음 달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시공단 관계자는 "6월 중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성급하게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중단 이후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대여 비용 등이 지출되고 있는 대형 장비를 철수해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공단은 지난 11일 둔촌주공 일부 조합원으로 구성된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도 "조합 집행부와 자문위원단은 완전히 신뢰를 상실해 공사 재개 등 어떤 협의도 진행할 의사가 없다"며 "시공사 4개사 경영진과 현장소장들의 합의 사항으로 확고한 내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는 지난달 15일부터 전면 중단된 상태다. 시공단이 공사 중단을 예고한 뒤 조합은 공사중단이 10일 이상 이어지면 별도 총회를 열어 계약 해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후 서울시가 다시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뒤 서울시의 중재를 지켜본 뒤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서울시는 공사 중단 이전에 10차례에 걸쳐 양측 간 중재에 나섰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손을 뗐다가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를 맞자 다시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양측은 참가자를 포함한 협상 시작 단계부터 입장 차이를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주최로 열린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재개 촉구 및 체불임금 지급 위한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양측은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해당 계약은 당초 1만1106가구였던 규모를 1만2032가구로 늘리고, 상가 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변경하면서 2조6708억원이던 공사비를 2020년 3조2294억원으로 5586억원 증액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현 조합 집행부는 전임 조합 집행부가 일반분양가 예상금액을 부풀리고 공사비 증액 의결을 한만큼 해당 공사비 증액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6일 총회를 열어 문제의 공사비 증액 계약 의결을 취소했다.

반면 시공단은 '당시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은만큼 문제가 없는데 조합이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계약을 계속 부정하고 있다'고 맞서오다가 지난 15일 0시부터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모두 철수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공사 중단 직전 조합은 고급화 공사(특화 공사, 마감재 공사 등)에 조합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공사비 증액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시공단은 추가 공사 지연 방지를 위한 감리단의 자재 승인 근거 자료를 제공하고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공사비 기발생 손실분 협의 등을 함께 논의하자고 역제안 했지만 이후 조합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결국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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